"숨 쉴 때마다 때려라"…무당의 가스라이팅이 만든 살인의 끝

[사건의 재구성] 50대 여성 외로움 파고들어 가족과 단절시켜
"돈 가져와라" 집단폭행…인적 드문 공터에 시신 수개월 방치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나는 친언니의 전화를 받지 않고, 전화를 받을 시 목숨을 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2025년 여름 전남 목포. 50대 여성 A 씨는 자신의 언니에게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약속을 어기면 1000만 원을 준다', '거짓말을 하면 10만 원씩 준다', '약속을 어길 시 손가락을 자르고 따귀 100대를 맞는다'는 다짐도 스스로 적었다. 모두 무속인 김 씨(50대·여)의 지시였다.

김 씨는 2018년 목포의 한 마트에서 A 씨를 처음 만났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A 씨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약한 A 씨의 외로움을 파고든 그는 수년에 걸쳐 심리적 우위를 점했고, 결국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끊도록 만들었다. A 씨는 김 씨에게 의존한 나머지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김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던 그는 A 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려서라도 가져오라고 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A 씨는 결국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는 동네에서 알게 된 50대 남성 B 씨와 C 씨까지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었다. 두 사람은 김 씨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어서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B 씨는 김 씨가 A 씨를 때릴 때 손이 아프지 않도록 직접 대나무 둔기를 만들어 건네기까지 했고, C 씨 역시 미움을 살까 두려워 폭행을 묵인했다.

결국 비극은 2025년 5월 14일부터 이틀에 걸쳐 벌어졌다. 김 씨는 A 씨를 차에 태운 채 목포 시내를 돌아다니며 돈을 가져오라고 다그쳤다. 돈을 빌려주기로 한 지인들이 나타나지 않자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뺨을 때렸다. B 씨도 대나무로 A 씨의 어깨와 팔을 내리쳤다.

그날 밤 모텔 앞에 도착했지만 A 씨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격분한 김 씨는 A 씨를 강제로 차에 태웠고, 외진 공터로 이동한 뒤 또다시 돈을 요구하며 폭행했다. 이어 C 씨를 불러 "돈을 받아내라"고 지시했고, C 씨 역시 발과 주먹, 대나무로 A 씨를 마구 때렸다.

새벽이 되자 A 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 씨는 "숨소리를 낼 때마다 때리라"고 지시했다.

B 씨는 대나무로 피해자의 머리를 계속 내리쳤고, 다시 현장에 온 C 씨도 "돈을 갚으라"고 다그치며 손과 발, 대나무로 폭행했다. 세 사람은 119에 신고하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머리 손상 등으로 숨졌다.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범행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시신을 차량 뒷좌석에 실은 채 암매장 장소를 찾아 강진과 해남, 무안, 진도 등을 돌아다녔다. 결국 암매장을 포기한 뒤에는 인적이 드문 공터에 차량을 세워두고 시신을 수개월 동안 방치했다.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김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라며 B 씨와 C 씨에게 돈을 구해오도록 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두 사람마저 폭행했다.

[자료사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1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인 B 씨와 C 씨는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 유대관계가 약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돈을 착취했고, 가족들과의 관계까지 끊도록 했다"며 "피해자가 모텔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B, C까지 폭행에 가담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돈을 얻기 위한 수단처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인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수치심, 굴욕감, 무력감, 절망감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