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자 기분 좋아졌다"…순천 뒤집은 흉기 난동

일면식 없는 60대 업주 수차례 찔러…1심 징역 8년, 8월 25일 선고
해고 뒤 경찰에 붙잡히려 범행했다는 20대…30분간 범행 대상 찾아

광주지방법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아무나 찔러 죽이겠다."

지난해 9월 전남 순천의 한 전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속옷가게 흉기 난동은 피해자와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이상동기 범행이었다. 시장에서 흉기를 산 20대 여성은 약 30분 동안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찾았고, 저녁 식사를 하던 속옷가게 업주를 공격했다.

범행 뒤에는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범행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진희)는 최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21·여)의 항소심 변론을 종결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 7시 2분쯤 순천시의 한 시장에 있는 속옷가게에서 업주 B 씨(60대·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A 씨는 범행 당일 시장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약 30분 동안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공격할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다 속옷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B 씨를 발견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B 씨가 가게 밖으로 달아나자 뒤쫓아가며 계속 공격했다.

범행은 B 씨의 격렬한 저항과 주변 상인들의 신고로 중단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응급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지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장을 잃은 뒤 가족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당시 광양의 한 직장에서 외국인 직원을 폭행해 해고된 상태였다. 그는 "해고된 사실을 가족에게 들키는 것보다 차라리 범행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도 문제가 됐다. A 씨는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구치소 생활이 즐겁다", "범행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적장애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검찰은 A 씨가 학창 시절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상당한 인지능력을 갖고 있었고, 범행 과정에서도 대상을 물색하고 피해자를 뒤쫓는 등 목적에 따른 행동을 했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반박했다.

A 씨가 범행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제 살인사건과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연쇄납치범 등에 관한 글을 올리고 범죄자 캐릭터를 그린 사실도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을 "주관적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시민을 공격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며 "생업의 현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피해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지 않았다면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살인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평소 품고 있던 무차별 살인 충동을 실현하기 위해 범행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살인과 관련한 글과 캐릭터를 작성했고 조사 과정에서 유사 사건에 관해 진술했다는 사정만으로, 평소 품어온 무차별적 살인 충동을 실현하기 위해 범행에 나아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가며 계속 흉기를 휘둘렀고 평소 살인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살인 범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 측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심신미약이 항소심에서는 인정돼야 한다"며 형을 줄여 달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8월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