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타이·SUV·리얼돌' 달랐던 검경 판단…경찰 부실수사 논란 자초
증거인멸 의혹 확인 위한 검경 동시 수사…윗선으로 확대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검찰 보완 수사에 따라 '성범죄 목적'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장윤기를 살인죄로 송치한 경찰이 부실 수사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는 이날 오전부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약 2시간 만에 종료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강간 목적으로 고등학생 이채원 양(16)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반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돼 형량이 더 무겁다.
장윤기는 이날 재판에서 범행 동기가 성범죄 목적임을 처음 자백했다.
장윤기는 긴급체포된 후 "죽기 전에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처음에는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몰랐다"고 진술하다 계속된 추궁에 여고생 상대 범죄를 털어놨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 살인죄로만 송치했다. 초기 수사 과정에서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범죄 입증의 핵심 증거인 장윤기의 SUV,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을 압수하지 않았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는 피해자 혈흔이 묻어 있는 SUV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약 보름간 운전하고 다녔고, 조수석에서 결박도구인 케이블타이를 가져가 보관했다. 또 수사팀으로부터 장윤기의 주거지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목 부위 등이 훼손된 리얼돌을 폐기하고, 장윤기가 학창시절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불태웠다.
하지만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차량과 케이블타이 실물을 확보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검찰 조사에서 증거인멸을 인정했으나 형법상 친족간특례로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장윤기의 아버지의 증거 인멸, 경찰 수사팀과 장윤기 아버지 사이의 증거인멸 유착 의혹으로 번지며 초유의 검경 동시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당시 광산경찰서장, 형사과장, 강력팀장을 포함해 경찰 다수 관계자를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 증거인멸방조 등 혐의로 입건하고 경찰서와 경찰관들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는 기존 수사팀 중심에서 '윗선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경찰서장(경무관)으로 확대됐다.
당시 수사팀 내부에서도 자택 수색 과정에서 훼손된 리얼돌 등이 발견된 점을 감안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특별수사단을 꾸려 강력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해당 팀장은 SUV 내에서 수사팀원들이 발견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고, 관련 영상을 삭제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영상은 이후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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