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친부 증거인멸, 경찰 부실수사 공방으로…경찰청 감사(종합)
경찰인 아버지에 아들 주소 제공·증거 관리 등 수사 전반 점검
국과수 DNA 감정서 송치 누락·父와 통화 경위 등 사실관계 확인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친부가 현직 경찰관 신분임에도 핵심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3일 광주지검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된 장윤기를 지난 5월 14일 광주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 받은 후에야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경찰이 채증했던 주거지 수색 영장과 사진을 확인, 리얼돌의 존재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며 "같은달 19일 장윤기의 주거지 탐문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친부가 5월 8일 리얼돌을 반출,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강간 목적으로 고등학생 이채원 양(1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 양을 도우려고 달려온 고등학생 고 모 군(1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5일 오전 긴급체포된 장윤기는 이채원 양(16)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 "사는 게 재미 없었다"며 비상식적인 진술을 유지했고, 경찰은 이상 동기 범행을 포함해 범행 동기 수사에 집중했다.
경찰은 장윤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목 부위 등이 훼손된 리얼돌을 확인하고 동영상과 사진으로 증거를 채증했다. 주거지 압수수색을 마친 뒤에는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집주소와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장윤기는 출가해 부모에게도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장윤기 아버지가 짐 정리를 위해 담당팀에 주소와 비밀번호를 물어봐 해당 팀에서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후 장윤기의 부친은 8일 아들의 주거지에서 리얼돌과 학창시절 사용했던 휴대전화들을 가져가 폐기했다.
또 짐 정리한 날 경찰은 수사관의 휴대전화로 장윤기와 아버지 간 전화 통화를 연결해줬다. 장윤기의 범행 동기를 밝힐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장윤기가 폐기 장소를 밝히지 않자 설득하기 위한 수사기법의 일환으로 통화를 연결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장윤기에게 '영산강에 휴대전화를 버린 게 맞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영산강 수중을 수색했으나 휴대전화를 확보할 수 없었다. 장윤기는 긴급체포 당시 공기계인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포렌식 수사를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설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불법 촬영한 여죄가 밝혀졌다.
담당 수사관 중 1명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과거 같은 근무지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관련 정보 유출 여부에 대해 "정부 유출이 아닌 통화할 만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취방에서 발견된 리얼돌에 남은 유전자정보(DNA) 감식 보고서와 장윤기의 차량에서 채취된 혈흔의 DNA 감식 결과가 뒤늦게 검찰에 송치된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리얼돌에서는 장윤기의 DNA가, 장윤기 차량의 혈흔은 피해자 이 양의 DNA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고서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날(5월 14일)부터 나흘 뒤 경찰서에 송달됐다. 경찰은 이 보고서를 이달 2일에서야 검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한 사건 기록 전송 과정에서 실무자 실수로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장윤기 부친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형법상 친족간 특례로 혐의가 성립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입건하지 않았다. 현행법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죄를 범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두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차량 트렁크 내부에 숨겨져 있었던 블랙박스 SD카드도 발견돼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범의를 입증할 증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구속 기간 내 장윤기의 동선, 범행 동기 등 수사에 집중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주거지에서 훼손된 리얼돌이 발견되고, 15분간 미행한 점, 차량으로 피해자를 납치 시도한 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장윤기가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했다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청은 이날 광주 광산경찰서에 감찰관을 보내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은 감찰을 통해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 경찰관 신분이었던 장윤기 아버지의 부적절한 처신 여부 등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장윤기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성범죄 목적 범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장윤기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속행된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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