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도 만나" 채원양 49재 추모제 눈물바다

아버지·어머니 오열, 친구들도 흐느끼며 말 못이어
사건 직후 천막에 나비가 날아들더니...유골함에 '노란나비' 장식

21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열린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에서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6.6.21 ⓒ 뉴스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따뜻한 봄날의 햇살 같은 채원아, 그곳에선 행복해야해."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가 열린 21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이 양의 어머니가 이 양을 소개하기 위해 단상 위에 올랐지만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 하자 이 모습을 지켜본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이 자리에 서기 전 딸 채원이의 추모관에 들러 엄마에게 용기를 달라고 말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힘겹게 말문을 뗐다.

어머니는 이 양의 태명이 '희망이'였던 것을 떠올리며 밝고, 사랑 많고, 따뜻한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보다도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며 "채원이를 만나러 와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양의 1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정회윤 교사 역시 준비해 온 추모사를 읽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눈물을 토해냈다. 정 교사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며 겨우 추모사를 마쳤다.

이 양의 어린시절과 생전 모습이 담긴 3분 남짓의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 했지만 끝내 눈을 질끈 감고 소리내 목놓아 울었다.

아버지 역시 스크린에 비친 딸의 모습을 바라보다 굵은 눈물 방울을 쏟아내며 쉴새 없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한 참석자는 챙겨온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만 이미 색이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채 젖을대로 젖은 손수건을 바라보더니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고 오열했다.

21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열린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에서 이 양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1 이승현 기자

이 양의 친구인 김나현 양도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올랐지만 마이크를 타고 떨리는 목소리가 퍼지자 이 양의 아버지는 "나현아 울지마"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김 양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 했고 아버지 역시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 양의 흐느낌에 교복 입은 학생들도 훌쩍임과 함께 고개를 들지 못 한채 '엉엉' 소리내 눈물을 흘렸다.

김 양은 "다음 생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더 오래 좋은 친구로 함께 하자. 보고싶다"며 추모사를 끝마쳤다.

이날 추모식 참석자의 옷과 추모식장 곳곳에는 노란 나비 배지가 자리했다.

이 양의 어머니가 손수 만든 배지로 채원 양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건 이후 가족들이 현장에서 천막을 치고 있었는데 그 안으로 노란 나비가 날아 들었고, 이 양의 유골함에도 우연치 않게 노란 나비가 새겨졌다.

기억공간 옆에 위치한 대나무 숲에도 나비가 나타나는 등 총 3번이나 우연의 일치로 나비를 마주하자 어머니는 이 양이 노란 나비가 돼 곁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특별한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21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열린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에 이 양이 키우던 강아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6.6.21 ⓒ 뉴스1 이승현 기자

추모식에는 이 양의 가족과 친구들, 추모모임 관계자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특히 10년 넘게 함께 한 이 양의 강아지도 자리를 지켰다.

추모식 전 기억공간에도 많은 이들이 발걸음 했다.

생전 고인이 입었던 옷과 가방, 인형 등을 매만지며 이 양의 떠올렸고 그리운 마음이 북받치자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창가에는 이 양을 추모하는 쪽지로 메워졌다.

쪽지에는 '햇살같은 채원아 잊지 않을게', '그곳에선 행복하렴', '미안하다' 등의 문구가 새겨졌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