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채원이" 눈물의 추모식…못다 피운 '응급구조사' 꿈 이뤘다
49재 추모식서 명예소방관증, 구급대원 제복 수여
유가족 "사건보다 밝은 모습, 타인 생각했던 마음 기억해주길"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여고생 흉기 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 양의 49재 추모제가 거행됐다.
이 양은 추모제에서 명예소방관증을 받으며 못다 피운 응급구조사의 꿈을 이뤘다.
이채원학생추모모임은 21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이 양(16)의 49재 추모식을 열었다.
이 양의 49재는 22일이지만 이 양의 친구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말로 하루 앞당겨 추모식을 진행했다.
추모식은 추모 연주를 시작으로 어머니와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의 이 양 소개와 추모사, 추모 영상, 친구들의 편지글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유가족과 친구들, 참석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쏟아냈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양의 어머니는 "태명이 희망이었던 채원이는 이름처럼 밝고 따뜻하고 저희 가족에게 늘 희망 같은 아이였다"며 "밝은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착한 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응급구조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음악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사랑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긍정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보다도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시간강사로 중학교에서 이 양을 만난 후 임용시험 합격 후 첫 발령지에서 이 양의 담임까지 맡았다는 정회윤 교사는 "늘 먼저 환하게 인사하고 선생님까지 잘 챙기던 학생이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섰던 아이"라고 칭찬했다.
정 교사는 "채원이는 응급구조사는 기술만 필요한 직업이 아닌 사회성, 판단력, 사람을 향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여겨 미리 공부하고 대학 진로 프로그램까지 찾아다니던,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라며 "채원이의 이름을, 밝은 웃음을, 꿈을, 살아가야 했던 내일을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추모사를 통해 이 양을 향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김나현 양(16)은 추모사를 통해 "아직도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해줄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함께 갔던 여행에서 샀던 장식품이 아직 신발에 달려 있어 볼 때마다 생각이 많이 난다"고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돼서도 연락할 거냐'는 질문에 장난스레 답했는데 그때 더 확실하게 진심을 담아 말해줄 걸 너무 후회가 된다"며 "너무 그립고 네 목소리, 웃음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다. 학창 시절을 빛내줘서 고맙고 다음 생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더 오래 더 좋은 친구로 함께하자 채원아 보고싶어"라고 말했다.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범죄로부터 안전과 피해자 보호는 어떤 경우에도 소홀히 다루어져선 안 되는 사회 기본 책무"라며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관계 기관과 함께 피해자 보호 체계를 더욱 촘촘히 살피고 피해 예방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장은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반복되는 사회를 바꾸지 못한 우리 모두, 그리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스토킹, 교제폭력, 여성 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실효성 없는 예방시스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단언했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소방지부는 이 양의 가족에게 명예소방관증 구급대원 제복을 수여했다.
이 양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응급구조사라는 꿈을 품고 아프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살리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밤늦은 시간까지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며 하루를 채워나갔다.
사건 당일인 어린이날에도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귀가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한편 가해자 장윤기(23)의 첫 재판은 22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성폭력 특례법(강간 등 살인) 적용 여부다.
장윤기는 자신이 죽기 전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며 계획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주거지에서 가슴과 목 부분이 훼손된 리얼돌 등이 발견된 점, 타인과의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성적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성폭법상 강간 등 살인은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이다. 반면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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