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잠든 줄 알았는데…계단 추락 손님 옮긴 업주 '유기' 판단은
계단에 쓰러진 손님 '술 취해 잠들었다' 생각해 가게 옮겨
'소비자 기본법' 손님 신변 보호 의무…1심은 무죄 판단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계단에서 넘어진 손님을 술에 취해 잠든 것으로 생각해 가게 안으로 옮긴 주점 업주에게 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항소심 판단이 주목된다.
1심 법원은 업주가 손님의 위험 상태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검찰은 업주에게 손님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고, 119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애란)는 최근 유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자영업자 A 씨(60대 여성)에 대한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28일 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전남 곡성에 있는 자신의 주점에서 손님 B 씨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 당시 술을 마신 B 씨는 귀가하기 위해 2층 계단을 내려오다 계단참까지 약 80㎝를 굴러 떨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B 씨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뒤따라오던 A 씨는 그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가게 안으로 옮겼다. B 씨는 이후 A 씨의 신고로 119에 인계됐다.
A 씨는 재판에서 "평소 단골손님이 술에 취하면 잠이 들어 잘 깨지 않았다"며 "이날도 술에 취해 잠든 것으로 생각해 담요를 덮어주고 선풍기를 틀어주며 술에서 깰 때까지 상태를 살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수사기관은 A 씨가 위급 상황에 놓인 B 씨를 즉시 119에 신고하지 않고 가게 안에 방치한 것으로 봤다.
수사기관은 소비자기본법상 사업자의 위해 방지 의무와 주점 운영자의 계약상 고객 보호 의무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유기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 씨가 주점을 나갈 당시 옆에서 부축해야 할 정도로 취했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A 씨가 자신의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계단 등 어디에도 혈흔이 없고 피해자에게 외상이 없었다"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평소처럼 술에 취해 잠든 것으로 생각하고 일어날 때까지 상태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119를 부르거나 응급처치를 해야 할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는 점, 피고인이 자신의 의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7월 16일 A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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