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살인 청부' 실행한 50대…배후는 '국유지 강탈' 전직 공무원
[사건의재구성]국가 속여 여의도 19배 규모 국유지 취득
파면 후 공무원 로비로 '법' 바꿔…신고자 거슬리자 살인 청부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저 사람 맞다. 진행해."
지난 2004년 5월 3일 오후 2시 40분쯤 전남 목포지방법원 앞 도로.
A 씨(현재 59세)는 목발을 짚고 길을 건너려 차도에 발을 딛은 70대 어르신을 봤다. 한 손에 들고 있던 사진 속 인물과 그 어르신이 동일인임을 확인한 순간, 그는 공범이자 고향 후배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약 10m 떨어진 후방에서 대기하던 후배는 차량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는 순식간에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전치 9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 청부'의 현장이었다.
A 씨는 피해자의 집과 자주 다니는 장소 등을 돌아보며 미리 피해자 동선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촬영하며, '살인 청부 대상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등 치밀한 계획 범행을 준비했다. A 씨는 다른 공범들과 달리 2007년 8월 캄보디아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무려 18년 만인 지난해 2월 체포돼 국내 송환됐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이른바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알려진 전직 세무서 공무원 B 씨가 숨어있었다.
B 씨에게 피해자는 '눈엣가시'였다. B 씨는 1950년대 세무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국유재산 매각 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1985년까지 전남 목포, 신안, 무안, 해남 등 국유지를 국가로부터 매각처분 받은 것처럼 가장해 불법 취득했다. 그가 불법 취득한 국유지는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4765만평에 달했다. 당시 시가로는 약 7000억 원 수준이었다. 해당 사건으로 파면 당한 B 씨는 이 국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해 20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1993년 광주지검에서 수사 받은 뒤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에 가석방된 B 씨는 출소 직후 유력 정치인과 당시 재정경제부 사무관을 찾아가 로비했고, 결국 자신의 불법 취득 토지를 넘겨 받은 친인척들이 구제대상에 포함되는 '특례대각 및 환수보상금 지급 대상 확대' 지침이 시행됐다.
B 씨는 실무자에게 뇌물을 건네고, 셀 수도 없을 만큼의 공문서를 위조, 친인척 등의 명의를 이용해 4년간 국가를 상대로 총 605필지의 국유지(190억원대)를 불법으로 특례 매각 받고 환수보상금을 수령해 왔다.
범행은 피해자가 B 씨의 행위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B 씨와 관련 기관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감사를 시작, 각종 비위 행위들이 적발되면서 관련 공무원들이 줄줄이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B 씨는 지속적으로 자기 일을 고소·고발하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5억 원의 청탁금'을 걸었던 것이었다. A 씨는 이 중 2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범행에 가담할 공범 모집과 범죄 계획을 수립했다.
A 씨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제13형사부는 지난 17일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계획 범행으로 불의의 습격을 당한 피해자는 고령이자 4급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사고 이후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불안, 공포를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금전적 대가만을 목적으로 인명을 살해하는 범행에 가담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한편 살인 청부를 의뢰한 B 씨는 2008년에 사기, 뇌물공여,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살인미수 범행에 가담한 공범 2명은 징역 3년 6개월~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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