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하나 놓는 게 복지인가요"…야구장서 외면받는 장애인, 대안은?

텅 빈 휠체어석 활용…고정관념 깨는 '가변식 좌석'
경사로 설치·재난대피도 개정해 여가 활동 보장해야

편집자주 ...프로야구 흥행 열기 속에서도 장애인들에게 야구장은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남아 있다.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기 위한 좌석은 턱없이 부족하고 예매부터 입퇴장, 관람까지 곳곳에 이동 장벽이 존재한다. <뉴스1>은 3편에 걸쳐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를 중심으로 장애인 관람객들이 겪는 현실을 점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의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3월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개막전 KIA타이거즈와 NC다이노스 경기에서 팬들이 힘차게 응원하고 있다. 2025.3.22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한 전국 프로야구장은 10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제도와 시설은 여전히 과거에 멈춰 서 있다.

장애 당사자들은 "단순히 시혜적인 관점에서 좌석 몇 개를 던져주는 식의 행정은 끝내야 한다"며 예매 시스템부터 관람 공간, 재난 대피에 이르기까지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뉴스1>이 잠실·수원·부산 등 타지역 주요 구장을 확인한 결과, 장애인 관람석과 이동 동선을 둘러싼 한계들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서울 잠실야구장은 36여 개의 휠체어석을 운영 중이지만, 레드석 일부 블록은 동반인 좌석조차 없어 동반자가 서서 관람해야 한다.

구장 내 층간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전무하다. 82여 개의 휠체어석을 운영하는 수원 KT위즈파크 역시 지정 구역 외에는 중증장애인의 접근이 차단되며, 캠핑존 등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로나 휠체어 이동 공간이 없어 구단조차 이용을 만류하는 실정이다.

부산 사직구장(20석) 또한 동반인을 단 1명으로 제한한다. 또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비장애인들도 이용하는 경사로 진 구름다리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구름다리를 통해 재난 시 장애인의 대피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뉴스1>이 챔피언스필드 휠체어석과 중증장애인 가족석 확대 계획을 묻자, KIA타이거즈 구단 관계자는 "현재 휠체어석에 동반자 좌석이 설치돼 있어 간이의자 비치나 확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단 2석뿐인 3루 중증장애인 가족석에 대해서는 "실제 중증장애인 동반 이용률이 60% 정도로추가 확대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장애인들은 공간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처럼 비장애인석과 장애인석을 칼로 자르듯 고정해 두면, 야구장 인기가 높을 때 휠체어석 구역만 텅 비어 있는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KIA 챔피언스필드의 경우 지난해 노후 좌석을 전면 교체하는 등 비장애인 좌석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는 것에 반면 장애인을 위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있는 장애인 휠체어석과 옆에 동반인 1인석이 마련됐다. 2026.6.16 ⓒ 뉴스1 이수민 기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1·3루에 위치한 일반 휠체어석 공간에 '가변식 의자'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평소에는 비장애인 동행자나 일반 관람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해 두었다가, 3인 이상의 중증장애인 가족이 방문했을 때는 의자를 접거나 치워 공간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다.

기존 휠체어석 몇 개를 합쳐 장애인과 동반 가족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장애인·비장애인 공용 가족석'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온라인 예매 단계에서는 '할인 대상 인증' 메뉴를 신설하고, 장애인 등록증(복지카드) 정보를 통한 실시간 본인인증(API 연동) 절차를 도입하면 매표소 앞 땡볕 대기를 해결할 수 있다.

안전 분야의 대안 마련은 더욱 시급하다. 대다수 구단이 "휠체어석이 일반석과 같은 선상에 있어 대피 경로가 같다"거나 "현장 스태프가 대기한다"는 임기응변식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계단 이용이 불가능한 휠체어 특성상 재난 시 고립은 불 보듯 뻔하다.

우선 부산 사직구장의 사례처럼, 엘리베이터 외에도 많은 인원이 동시에 대피할 수 있는 '외곽 경사로'를 추가 설치하거나 기존 통로를 확장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또 야구장 내 재난대피도를 전면 개정해 장애인 관람객의 '현 위치'와 '휠체어 전용 대피 경로(엘리베이터 및 경사로 위치)'를 시각적으로 명확히 분리 표시해야 한다.

KIA 타이거즈 구단 측은 화재 및 사고 발생 시 장애인 대응 매뉴얼이 있느냐는 <뉴스1> 질문에 "현재 따로 마련된 매뉴얼은 없지만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이번 문제를 계기로 야구장뿐만 아니라 스포츠 시설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광주 FC 축구장의 경우, 휠체어를 타고 진입하려면 경기장을 반 바퀴 넘게 돌아야 할 정도로 이동 동선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야구장을 비롯해 축구장, 배구장 등 광주 3대 스포츠 시설 전체의 교통약자 이동 동선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수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