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표 구해도 산 넘어 산…장애인 입장 단 1곳, 화재 대피로 '미궁'

시야 제한·퇴장 병목에 화재 대피 매뉴얼도 부족
재난 대피는 '계단'만 존재…사고 터지고 만들 거냐" 분통

편집자주 ...프로야구 흥행 열기 속에서도 장애인들에게 야구장은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남아 있다.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기 위한 좌석은 턱없이 부족하고 예매부터 입퇴장, 관람까지 곳곳에 이동 장벽이 존재한다. <뉴스1>은 3편에 걸쳐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를 중심으로 장애인 관람객들이 겪는 현실을 점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의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1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마련된 피난안내도 모습. 2026.6.16 ⓒ 뉴스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 장애인 관람객이 야구장을 찾는 일은 예매 성공으로 끝나지 않는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입장할 때 중앙 출입구 엘리베이터 1곳만 이용할 수 있어 긴 이동과 혼잡을 감수해야 한다. 관람석에서는 시야가 가려지고,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장애인 피난 동선도 미흡하다.

1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 따르면 구장 측은 휠체어 이용 관람객이 입장할 때 1루와 3루 측 외곽 엘리베이터 대신 중앙 출입구 엘리베이터 1곳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가뜩이나 혼잡한 매표소 앞에서부터 먼 거리를 지나 중앙으로만 진입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게다가 매표소에서 중앙 출입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방송 중계 차량용 굵은 전기 케이블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 휠체어 바퀴나 전동기가 걸려 넘어질 위험이 크다.

장애인들은 이 케이블을 피해 인파를 뚫고 야구장 인도 밖 차도로 크게 우회하는 실정이다.

경기 종료 후 퇴장할 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복도와 관람석 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에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일반 관람객과 동선이 겹치다 보니 정작 엘리베이터가 필수적인 휠체어 이용자들은 문이 열려도 타지 못한 채 보내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김형국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올해 들어 퇴장할 때는 모든 엘리베이터를 열어주면서 왜 정작 체력 소모가 크고 동선 확보가 절실한 입장 때는 중앙 출입구만 열어두고 다 차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티켓팅 줄을 서는 비장애인 동선뿐만 아니라 교통약자의 동선도 신경 써달라"라고 요청했다.

지난 1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를 찾은 한 휠체어 이용 관람객이 3루 휠체어석에서 찍은 모습.(독자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7 ⓒ 뉴스1

경기 중에도 장애인들의 온전한 경기 관람은 불가능에 가깝다. 응원 열기가 달아올라 앞쪽의 비장애인 관람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 휠체어석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좌석 바로 앞에 과도하게 높게 설치된 철제 안전막과 굵은 봉들도 앉은키가 제각각인 장애인들의 정면 시야를 가로막는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비장애인들이 일어서면 앞사람 등판에 가려 그라운드가 전혀 안 보인다"며 "현장 직관을 와놓고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중계 화면을 보거나, 주변 함성을 듣고 점수가 났음을 짐작하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매점 주문대조차 너무 높아 휠체어에 앉으면 직원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며 "장애인을 위한 낮은 카운터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하소연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대책이다.

현재 야구장 내부 복도 곳곳에 부착된 재난대피도에는 장애인 휠체어석이나 중증장애인 가족석의 '현 위치' 표시가 완전히 누락되어 있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계단 이용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 어느 경로로 대피해야 하는지, 엘리베이터 중심의 피난 대피 노선도 전무한 상태다.

평소에도 일반 관람객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밀리는 상황에서, 실제 재난이 터지면 대피 동선이 엉켜 처참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이유다.

강경식 광주남구반다비체육센터 본부장은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책을 만들 셈이냐"며 "사전에 미리 재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현재 대피도는 교통약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이용 권한과 피난 동선 제도를 원점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KIA챔피언스필드 측 관계자는 "재난이나 화재 대피 매뉴얼이 없지만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