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뚝뚝 떨어지는데…"전세금 1억2천만원 더 올려달라네요"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 넘쳐나지만 매수 관망세 확산
실수요자들 매매 대신 전세 유지…34평 전세 4억 육박
-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2억 8000만 원에 2년 동안 살았는데 전세금을 4억 원으로 올려달라네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광주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세 시장은 나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호도 높은 전용면적 84㎡(34평형)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4억 원에 육박하면서, 집값은 내리는데 전셋값은 오르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광주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으며 분양가보다 더 싸게 파는 '마이너스피' 매물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전셋값 지수는 신축 단지와 정주 여건이 좋은 학군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둔 민간공원 특례사업지나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전세 매물이 3억 8000만 원에서 최고 4억 원 선에 거래되거나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올해 광주에서는 첨단3지구 등을 포함해 1만 5000가구 안팎의 역대급 '입주 폭탄'이 대기 중이다. 통상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광주 시장은 정반대의 '역설'이 펼쳐지고 있다.
기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매수 관망세에 따른 수요 유턴'이 꼽힌다. "지금 집을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 시장에 그대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마저 "일단 기다려보자"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가 폭발했다.
여기에 빌라·다세대 주택을 기피하는 '아파트 쏠림 현상'과 전세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도 한몫하고 있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 전세로만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매물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존 주택 처분 실패도 전세매물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아놓고도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가구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매물을 전세로 대거 전환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전셋값을 낮추지 않고 고가로 버티면서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지역의 전세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전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워낙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아 당장 매매가 반등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동안 전세가율만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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