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사과, 진정성 없다…책임 있는 행동·변화를"(종합2보)
광주 각계각층 규탄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에 대해 26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오월단체와 광주 정치권, 시민사회는 "문제 인식이 결여된 알맹이,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규탄했다.
5·18 공법3단체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 없는 사과문 몇 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단체들은 "문제의 본질은 기업이 오월의 상처와 국가폭력 기억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가에 있지만 정 회장은 이번 사건을 '직원의 단순 실수'이자 '다양한 의견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국가폭력을 직접 당하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왜 불매 운동에 이르게 됐는지, 화가 난 지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과문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모든 책임을 지고 정 회장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오월단체 회장들에게 개인적으로 접촉해 문제 해결을 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하며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이 빠진 '3무(無) 기자회견'"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이 프로모션 고의성 여부 등과 관련한 의혹을 밝히지 못했고, 본인이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질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신세계의 광주 복합쇼핑몰, 터미널 개발사업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시민 이익을 위해 어렵게 유치한 사업인 만큼 이번 논란과 별개로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역시 "일말의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는 맹탕 회견"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사과하면서, 경영진은 조사결과 '고의성을 가지고 해당 마케팅을 기획한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면피성 사과와 얄팍한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신세계 경영진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지역 정치권도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내고 "'철저히 조사했다'더니 돌아온 것은 '진실 은폐'와 '반쪽짜리 해명'"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 "말로는 최고 경영진 탓이라면서 실제로는 하위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위기 모면용 꼬리 자르기"라며 "대중이 묻고 있는 것은 혐오 마케팅을 걸러내지 못한 경영진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지만 정 회장은 노동자에 대한 동정론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태도가 무책임하다"며 수사 당국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제2의 윤석열 개사과 2탄'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회견, 타는 짚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꾸짖었다.
박 의원은 부족한 진상조사와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을 지적하며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진정성 없는 '오너 리스크'도 한몫 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매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개호 의원은 직원들의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진욱 의원 역시 이에 대해 '거짓'이라며 "휴대폰 제출을 거부한 3명은 지난 2024년 4월 16일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을 소재로 한 이벤트를 기획한 직원과 겹치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러한 소재로 이벤트를 할 정도로 똑똑하면서 동시에 일베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5·18과 '책상에 탁'이라는 고문치사 사건 키워드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면피용 사과'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 21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극우 행보를 보인 본인의 전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먼저"라며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와 조롱에 기반한 이벤트 등 그동안의 부적절한 행위 전체에 대한 사과가 이뤄져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내부 교육과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광주YMCA는 규탄 성명을 내고 "정 회장의 몇 마디 유감 표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 내부의 역사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공공 책임 의식이 얼마나 부재한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4분간 준비한 사과문을 읽으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5·18을 폄훼하고 조롱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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