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생님이 주인공"…교정 위 펼쳐진 레드카펫

광주 인성고 학생들, 스승의날 맞아 특별한 출근길 선물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광주 남구에 위치한 인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레드카펫을 깔고 출근하는 선생님들을 반기고 있다. 2026.5.15 ⓒ 뉴스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 "오늘은 선생님이 주인공입니다. 고맙습니다."

스승의 날인 15일 광주 남구 인성고등학교 교사들이 조금 특별한 출근길에 올랐다.

칙칙한 아스팔트 교정에는 새빨간 레드카펫이 펼쳐졌고 그 옆으론 매일 같이 동고동락하는 학생들이 '깔맞춤'한 응원봉을 들고 줄지어 섰다.

응원봉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감사와 존경이 담긴 '스승의 은혜' 노래도 흘러나왔다.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우렁찬 외침까지 시끌벅적한 소리가 교정을 가득 메웠다.

평소와 다른 출근길에 교사들은 멋쩍어했다. 멀리서 레드카펫을 발견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얼굴을 가린 채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을 건네받고 "됐다. 됐어"라며 무심한 듯 말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최근 교권 침해 문제가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인성고 학생들은 사제간 정을 되새기기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정종훈 학생회장은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오해로 선생님과 학생 사이가 서먹해질 때가 있다"며 "오늘 같은 날을 계기로 선생님께 꽃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그동안의 섭섭함을 털어버리고 다시 하이파이브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준비하며 친구들과 '선생님 말씀은 우리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우리의 진심이 선생님들께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광주 남구에 위치한 인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출근하는 선생님들을 반기고 있다. 2026.5.15 ⓒ 뉴스1 조수민 수습기자

제자들의 순수한 진심이 통했는지 교사들도 카네이션의 향기를 맡으며 흐뭇해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동혁 교사(44)도 이날만큼은 환한 미소로 학생들의 장난을 받아줬다.

이 교사는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이른 아침부터 이런 행사를 준비해 줘 정말 기특하다"며 "학생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의 손에는 담임선생님을 위해 마련한 꽃바구니와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수업 시작 전 반에 모여 감사한 마음을 담아 조촐하게 케이크에 불을 켰다.

한 수학 교사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어떤 논리적인 수식보다 더 확실한 위로가 됐다"며 "아무리 교육환경이 변하고 교권이 위축된다 해도 사제간의 믿음이라는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을 믿고 따라주는 제자들을 위해 내일도 기쁜 마음으로 칠판 앞에 서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졸업했지만 모교를 찾은 이도 있었다. 전남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이준혁 씨(22)는 고3 담임교사께 인사를 드리러 학교를 찾았다. 고민이 많던 시기 선생님과의 오랜 상담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는데 본인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깨닫게 돼 항상 감사한 마음이 남아있다고 했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광주 남구에 위치한 인성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건네고 있다. 2026.5.15 ⓒ 뉴스1 이승현 기자

이경기 교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뿌듯하다"며 "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교육의 중요한 결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교권 침해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서 스승의날 행사나 현장체험학습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스승의 날을 맞아 동료 교사들에게 작은 '로또 선물'도 준비했다.

그는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꿈과 희망,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으로 조금씩 교육적 가치를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 진심이 지속될 때 비로소 교권도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