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습 여고생 비명에 달려간 남학생 "살려달라 목소리 잊히지 않아"

119 신고하려는데 흉기공격 당해, 살점 떨어지는 중상 긴급수술
본인도 가족도 트라우마 호소 "범인 얼굴 계속 떠올라…엄벌해야"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 인근 인도에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다 귀가하던 중 흉기 피습을 당해 세상을 떠난 17세 여고생의 마지막 말은 "살려달라. 119에 신고해달라"였다.

광주 첨단에서 발생한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 당시 피해자를 도우려다 흉기 공격을 당한 고교생 A 군(17)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A 군과 가족은 인터뷰 요청에 며칠 동안 고민했다. 사건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부상을 입은 데다 범인의 얼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기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등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A 군은 전북대학교에서 긴급 수술을 받은 뒤 목숨을 건져 현재 광주 모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고 있다.

A 군은 사건이 벌어진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다.

A 군은 "처음에는 멀리서 연인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 곧이어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 비명소리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장 모 씨(24)가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 B 양(17)을 흉기 피습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길 건너편으로 도착한 A 군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또래 여고생을 보고 몸이 굳었다.

A 군은 "피해학생이 저를 보고 119를 불러달라고 했다. 119를 누르려고 휴대전화를 꺼내 내려다본 순간 흉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후 장 씨는 A 군에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 A 군은 한 손에 119 신고를 위해 꺼냈던 휴대전화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흉기를 막으려다가 손등이 크게 찢어졌다.

장 씨는 곧장 A 군의 목 부위를 2차례 찔렀다.

A 군은 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범인을 밀치고, 범인이 멈칫하던 사이 현장에서 벗어났다. A 군은 의식이 희미해질 정도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외쳤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차량 한 대가 지나갔는데 A 군은 그 차량이 신고를 해줄 수도, 범인과 공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인의 신고에 B 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A 군 또한 긴급 봉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7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 인근 인도에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노란리본 속 메시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지현 기자

A 군은 인터뷰 도중 숨진 여고생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 군은 작은 목소리로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던 A 군은 이 사건 이후 일상이 달라졌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이 먼저 움츠러들고,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됐다. 병실에서도 인기척이 들리면 문쪽부터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도 많고, 길에서 마주친 동물에게 물이나 간식을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라며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린 위험한 상태였다. 왜 그렇게 위험한 데를 갔냐고 뭐라고 했다"며 눈물을 참았다.

아버지는 "제가 다음부터는 절대 나서지 말라고 했더니 아들이 '아빠라도 그 상황이면 그러지 않았겠냐'고 하더라. 수술 끝에 정신을 차리고 이후 상황을 설명 받은 아들은 침울해하더니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며 "제가 인터뷰에 응한 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건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서는 '남고생이 도망갔다'는 식의 댓글들을 봐야 했다"며 "상처를 조금 입고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 혹시라도 아이가 다시 힘들어질까 봐 처음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영웅처럼 봐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한 행동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일이었다. 제 아들이 위축되기보다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A 군은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A 군은 "돌이켜보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먼저 신고하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했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그래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몸이 움직일 것 같다"며 "이유도 없이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을 크게 처벌해야 한다. 최고로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 모 씨(24)가 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6.5.7 ⓒ 뉴스1 이승현 기자

한편 B 양을 살해하고 A 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구속된 장 씨는 신상정보공개 결정에 따라 오는 14일 신상이 공개된다. 장 씨는 "죽을 때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장 씨가 '묻지마 범죄' 형태의 계획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디지털포렌식과 사이코패스 검사 등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산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A 군에 대한 '의사상자 신청'과 '자랑스러운 광주학생상' 등의 절차를 검토 중이며 보상금·의료급여·교육보호 등 지원 안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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