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섭 시인 첫 시집 '당신' 출간…'내시반청'의 염결한 언어
'측은'과 '수오'의 고백으로 떼어내는 '영혼의 고름딱지'
- 조영석 기자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장주섭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당신'이 '문학과 행동'에서 출간됐다. 등단 이후 틈틈이 써온 시 가운데 60여 편을 골라 엮었다.
거울 속의 인물을 홀로 응시하는 듯한 시인의 내적 자의식이 편 편마다 조용한 강물로 흐른다. 하지만 시인이 바라보는 강물은 윤슬로 빛나지도, 꽃잎의 수채화로 채워지지도 않는 강이다. 함께 동무되어 흐르는 풀 한 포기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닮은 하늘을 보며 언제쯤 바다에 닿을까하여 손가락을 세워보는 그런 강이다.
'나 언제쯤이나/ 저 강변/ 바람에 물억새처럼/ 빈 하늘 허수아비처럼/ 서 있을까// 겨울바람 눈보라 속에서/ 새순을 키우는 물억새처럼/ 새봄을 맞아/ 한 사랑 피워낼 수 있을까'
'가을 강변'의 일부이다. 국어 교사로 정년퇴직한 그는 이미 물억새처럼 수많은 새순을 키워냈지만, 여전히 '한 사랑 피워낼 새봄'을 강물이 닿아야 하는 바다처럼 꿈꾸고 있는 '현역'이다.
'파리'는 그의 시를 관통하고 있는 '측은(惻隱)'과 '수오(羞惡)'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내가 앉았다 일어난 자리가/ 더럽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파리는 그래서 잘못을 비는 것이다/ 잘못했다고 싹싹// 나는 파리를 보면 부끄럽다// 겨우 쉰 음식 몇 점 얻어먹으면서도/ 저리 싹싹 잘못을 비는 것을 보면// 나는 얼마나 빌어야/ 빚지고 죄진 마음을 용서받을까//생각해보면/ 아,/ 말을 못 하겠다/ 죄송해서//아무도 안 볼 때/ 또 마음으로 손을 비벼 빌어야겠다/ 어쩔 수 없이// 내 영혼의 고름딱지 떼어낼수 있다면'
시집의 제목 '당신'이 곧 '나'의 다른 표현이라면 파리는 당신이 아니라 내가 되고, 그런 나는 '수오'이자 동시에 '측은'인 것이다.
그는 후기에서 "때로는 내 안에 내가 한없이 커지며 나를 부풀리고자 하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스스로 상처 입기도 했다. 겉으로는 인욕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안에서는 수천도 불로 타올라 어쩔 줄 모르고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들곤 했다"고 고백했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마는 '아,/ 말을 못하겠다'던 그의 '측은'과 '수오'의 고백이 오히려 염결하여 '영혼의 고름딱지'를 떼어낸다.
그의 시를 읽으며 '남을 꾸짖기보다 제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내시반청의 시인'이라는 임동학 시인의 표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주섭 시인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98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제왕 마형'이 당선돼 시단에 나왔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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