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목숨 앗아간 외국인 노동자, 목격자에게 '생사 선택' 요구
[사건의재구성]"범인 아니다" 동영상 찍게 하며 흉기 휘둘러
장흥 외국인 근로자 숙소 참극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해 5월 6일 오후 1시쯤 전남 장흥군 한 외국인 근로자 숙소. 평온하던 농촌 마을에 갑작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숙소 마당에는 40대 베트남인이 누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같은 국적의 동료 A 씨(37)가 흉기를 들고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와 농어업 현장에서 일하던 이들이었다.
참극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함께 같은 숙소에 머물며 농어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외국인 근로자 10여명은 이날 대체 휴무를 맞아 이른 아침부터 작은 술자리를 열었다.
같은 나라 출신이라는 유대감도 잠시, A 씨와 B 씨는 평소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각종 불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숙소 관리인은 자리를 해산시켰다. 동료들이 자리를 떠난 후로도 A 씨와 B 씨는 말다툼을 이어갔고, 끝내 흉기 한 자루를 서로 쥐기 위한 몸싸움을 벌였다. 흉기를 잡게 된 A 씨는 달아나는 B 씨를 뒤쫓아가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A 씨는 119에 신고 대신 흉기 난동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른 베트남인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범행을 직접 목격한 동료 2명에게 생사를 선택하게 했다. 살고 싶으면 무릎을 꿇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는 취지의 동영상을 찍게 했다. 겁박에 질린 피해자는 동영상 촬영을 하려던 중 A 씨에게 공격당했다. 참극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 씨를 현행범 체포하면서 막을 내렸다.
살인, 특수상해,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잔혹한 범행으로 피해자는 타국에서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범행 전반에 걸친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1심의 선고에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피고인은 '너무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또한 우발적 범행,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등을 토대로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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