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족·동료에 헌신했던 이들" 순직 소방관 추모 물결(종합2보)
유족·동료 소방관들·지역민 눈물바다…옥조근정훈장 추서
이재명 대통령 "헌신 반드시 기억"…경찰, 수사대책본부 구성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완도=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면을 기리는 애도 물결이 13일 이어졌다.
정부는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순직 소방관들을 추서했고, 동료 소방관들과 지역주민들도 빈소와 합동 분향소를 찾아 눈물로 고인들을 떠나보냈다.
13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장례식장.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고(故) 박승원 소방경과 고(故) 노태영 소방교의 빈소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으로 가득 찼다.
박 소방경의 아버지 박안천 씨(79)는 3형제 중 막내였던 아들을 떠나보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는 "딸 같은 아들이었다. 며느리도 딸처럼 잘했다"며 "아버지 좋아한다고 갈치도 사다 주고, 전화도 자주하는 막둥이였다. 지난주 토요일에 전화로 안부를 물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오열했다.
박 소방경의 장인 조복희 씨(71)도 붉어진 눈시울로 끝내 고개를 떨궜다.
조 씨는 "아내가 올해 칠순이라 제주도 가서 유채꽃 보자고 했는데… 사위는 우리 데리고 지난해에 일본도 다녀왔다. 이런 사위가 또 없었다"고 전했다.
박 소방경은 1남 2녀를 둔 가장이었다. 임용 3년 차인 노 소방교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일선에서 불길과 싸우다 동료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동료소방관들은 눈물을 집어삼켰다.
화순소방서 소속 박주만 소방교는 "순직한 박 선배와는 3년간 완도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했다.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현장에는 앞장섰던 사람이었다"고 울먹였다.
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하던 이 모 소방장은 "부대장님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이자 후배들을 잘 이끌었던 선배였다"며 "완도 저온창고 화재 당시 오전 9시가 교대 시간이었는데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참변을 당하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완도군 문화예술의전당 1층에 마련된 순직소방관 합동추모관에는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추모관을 찾은 완도고 한 학생은 "친구 아버지가 순직하셨다고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헌화를 마치고 나갈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오열했다.
완도읍에 사는 이옥동 씨(66)는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만큼 유가족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하겠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소방관 2명의 빈소를 찾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이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며 "예우와 장례 지원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박 소방경에 대한 조전에서 "고인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관으로, 오직 오직 생명을 지키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거센 화마 속으로 달려갔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상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를 떠나보낸 유가족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함께해 온 동료 소방관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노태영 소방교에 대해서는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소방관을 잃은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든 고인의 헌신과 사명감이 오늘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추모 물결과 별개로 당국은 면밀한 사고 규명과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2명, 경찰 과학수사관 9명, 소방화재조사관 11명 등 22명을 투입해 현장 합동 감식을 마쳤다.
초기 화재는 화기 사용을 해서는 안 되는 창고 바닥 페인트(에폭시) 제거 작업에 토치를 사용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관들의 재진입 이후에는 에폭시와 우레탄 유증기가 천정에 축적돼 있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확보된 현장 시료들과 관련자 진술을 면밀히 분석해 소방관 순직으로 이어진 폭발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냉동창고 화재사고 수사대책본부'를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섰다.
본부는 기존 완도 경찰과 전남경찰청 인력을 일부 지원 받아 총 47명 규모로 꾸려졌다. 인명사고를 발생케 한 냉동창고 화재 원인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현재 냉동창고 내부에서 페인트 제거를 위해 토치를 사용한 작업자와 공장 관계자 다수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아직 입건자는 없다.
본부는 수사 과정에서 화재 사고와 관련한 책임자가 있을 경우 순차적으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완도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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