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폭시 근처 화기 금지인데 토치 작업"…완도 화재 참사, '인재'였나

대원들, 완도 공장 재진입 3분 만에 폭발…소방관 2명 참변
에폭시 공정 '화기 취급 절대 금지'…2019년에도 유증기 폭발

12일 오전 8시 25분쯤 전남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12 ⓒ 뉴스1 이수민 기자

(완도=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 완도 수산물 가공공장 화재는 에폭시 제거 작업 과정에서 사용된 토치가 발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화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공정에서 토치가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화재가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비롯된 인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쯤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2층짜리 콘크리트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 불은 건물 1층 냉동실 6개 가운데 2번 냉동실 바닥의 에폭시를 제거하던 중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작업자는 에폭시 페인트가 잘 떨어지지 않자 토치로 바닥을 가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폭시 공정은 새로운 에폭시 도포 과정 뿐만 아니리 기존 페이트 제거 과정에서도 화기 사용이 금지된다.

특히 불이 난 공장은 천장과 벽면은 우레탄폼과 판넬로 시공돼 있었고, 바닥에는 에폭시 재질이 깔려 있었다. 유증기가 실내에 머물기 쉬운 조건이었다는 의미다. 소방당국은 에폭시와 우레탄에서 나온 인화성 유증기가 내부에 쌓여 있다가 점화원과 만나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중 7명은 오전 8시 38분쯤 검은 연기가 나는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소방관들은 판넬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를 제거하고 내부 화재를 진압하게 위해 일부 벽면 판넬을 제거, 불길을 잡았다.

이후 외부로 나와 자체 상황 판단회의를 진행한 소방대원들은 공장 내부 다른 벽면에서도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오전 8시 47분쯤 똑같은 방식으로 진화하기 위해 공장 내부로 재진입했다.

그러나 약 3분 뒤 공장 내부에서 급격히 폭발이 일며 화염이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발생했다.

"전원 대피하라"는 지휘자의 무전기 소리에 대원 5명은 겨우 탈출했지만, 40대 소방위와 30대 소방사는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후 에폭시와 우레탄 유증기가 천정 부근에 쌓여 있다가 소방대원들의 재진입하자마자 점화원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폭시는 가연성 물질이다. 도포된 에폭시에서 발생한 인화성 액체 증기가 내부에 체류할 경우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점화원으로 변화한다.

화재 위험성이 높아 그라인더와 가열 장비 사용이 금지되며 모든 제거 작업은 인력 기반 도구만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 지난 2019년 5월에도 서울 성동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도 지하에 남아 있던 페인트 유증기가 흡연으로 폭발해 2명이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산업당국은 에폭시 도포·제거 공정에서 화기사용은 금지하고 증기가 내부 체류하지 않도록 충분한 통풍·환기를 실시, 휴대용 가스 감지기 등을 사용해 연소분위기 형성을 감지·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국은 해당 공장에 대한 정밀 화재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작업자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도 살필 계획이다.

현재까지 완도군은 해당 공장의 불법 증축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조사는 5년 전 일제 조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감식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