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떼기 계약' 작황 부진 책임은?…법원 "가격 하락 등 매수인도 부담"

대한법률구조공단, 농민 소송 지원…"농민 부담 전가 관행 제동 걸어"

광주법원. ⓒ 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 강진군에서 알타리무를 재배하는 농민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밭떼기 계약' 관련 매수인과의 법정 갈등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밭떼기 매매 계약 체결 후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인이 대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지난 2월 농민 A 씨가 상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2024년 12월 전남 강진의 약 1만평 밭에서 알타리무를 재배해 평당 7000원에 판매하는 이른바 '밭떼기 매매 계약'을 B 씨와 체결했다.

계약에는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매매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A 씨는 수확량과 무의 생육 등 작황 부진을 이유로 B 씨로부터 남은 잔금을 받지 못했다.

B 씨는 A 씨가 평당 수확량 12~13㎏ 이상의 알타리무 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매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오히려 원고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역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은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종자로 농작물을 재배해 수확기에 인도하는 '포전매매계약'의 일종으로 봐야 하고, 포전매매계약의 특성상 실제수확량이 예상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매수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재배한 알타리무 중 일부 상태가 불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수확기의 작황 불량이나 가격 하락 등의 위험은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매매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고 측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는 "농산물 밭떼기 매매 거래에서는 상인이 계약 이행을 회피하고 그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번 판결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농민의 권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후원으로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의 농업인에게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단은 "앞으로도 법률 지식 부족 등으로 피해를 입는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법률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