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당부했지만…전남·광주 통합청사 갈등 풀 솔로몬 지혜는
'주 소재지' 임시봉합됐지만 7월 통합시 출범 후엔 화약고
여론조사서 지역별 선호 극명…숙의형 공론화 절차 절실
-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청사 문제만큼은 고심해서 1청사, 2청사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1월 9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지역 국회의원 18명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 간담회 자리.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청사 소재지 갈등으로 파국을 맞았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뇌관'인 주 청사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격화했다. 논의는 이후 보름 사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키웠다.
1월 25일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광주전남특별시' 명칭으로 가닥을 잡고, 3개 청사(광주·무안·동부)를 유지하되 주 사무소는 '전남'에 두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주 사무소 소재지를 광주로 하자"며 역제안을 내놓으면서 전날 합의는 사실상 무효가 됐다.
그러자 27일 국회 간담회에서 명칭은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소재지 결정은 7월 출범할 '특별시장의 권한'으로 넘기며 일단 불을 껐다.
논의는 임시 봉합됐지만 오히려 이것이 7월 통합시 출범 직후 지역 간 갈등을 폭발시킬 '최대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와 남도일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합 청사 소재지에 대한 의견은 거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주 본청 소재지에 대한 물음에 현 광주시청사를 꼽은 응답자 비율이 45.3%였다. 전남 무안 소재 전남도청사는 23.6%, 전남 순천 소재 전남 동부청사 15.9%였다. 광주 대 전남의 양자 대결로 압축하면 광주 45.3%, 전남 39.5%로 팽팽하다.
광주지역 거주 응답자 중 77%가 현 광주청사를 행정통합 후 주청사로 꼽은 반면 전남지역은응답자들은 무안 전남도청사 35.1%, 순천 동부청사 25.1%를 선택했다.
특히 전남 동부권 주민의 62%가 순천 동부청사를 선택하는 등 행정통합이라는 대의보다는 '행정 접근성'과 '지역 경제 위축'에 대한 실질적 우려가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갈등이 깊어지자 통합특별시장 유력 후보군인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의 '공론화위원회 구성'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신 의원은 "소재지 결정이 정치적 셈법에 좌우돼선 안 된다"며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통해 객관적 기준을 만들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갈등의 소지를 미리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히 주 청사 위치 하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각 청사에 경제·문화·복지 등 핵심 행정 기능을 전략적으로 분산하는 '다핵 구조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25일 "청사 문제는 단순한 건물의 위치를 넘어 지역의 자부심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며 "차기 시장에게 결정을 미루기보다 지금부터 투명한 기준과 상생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와 남도일보 의뢰, 알앤써치 수행(2월 21~22일). 광주·전남 거주 18세 이상 1510명 대상. 무선 ARS 방식, 응답률 6.6%, 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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