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기획단 규탄집회'로 유죄 받은 공익활동가 "정당한 활동"

미신고 집회· 공무집행방해 1심 징역형 집유…피고인 항소
시민단체 "역사 왜곡 중단 촉구하는 공익적 문제 제기"

광주지방법원./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우익 성향 인사 구성 의혹이 제기됐던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작성 기획단'(이하 기획단)의 순천 방문을 규탄하는 미신고 집회를 연 공익활동가가 항소심에서 정당성을 주장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석)는 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여순사건 역사왜곡 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순천YMCA 사무총장인 A 씨(52)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2024년 5월 28일 오전 11시쯤 순천역에서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여수·순천 10·19사건 기획단 규탄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에는 여순사건 유족 등 20여 명이 참석해 "여순사건은 반란의 역사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A 씨는 같은 날 기획단이 탑승한 버스로 달려가던 중 자신을 가로막는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린 혐의도 받았다.

당시 기획단은 다수 단원이 이른바 우익성향 인사로 구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또 여순사건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어 '기획단 편파 구성·역사 왜곡 시도 저지' 명목으로 비대위가 꾸려졌다.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여순사건 유족 등 2433명은 A 씨의 무죄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1심은 유죄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긴급 기자회견은 실질적으로 법률이 정한 집회에 해당한다"며 "각 범행의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순범대위 집행위원장으로서 이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재판에는 여순사건 유족회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 현장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었다고 증언했다.

A 씨 측은 "기자회견장엔 다수의 경찰이 배치돼 있었으나 미신고 집회에 따른 해산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기획단에 유족들을 한 번만 만나 이야기해 달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인파를 뚫고 뛰어가는 과정에서 경찰과 실수로 부딪혔을 뿐 고의에 따른 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조사 절차를 마쳤지만,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변경을 고려해 이달 25일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할 방침이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광주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단은 처음부터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려는 역사왜곡을 시도했다"며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은 공익적 문제 제기를 위한 정당한 시민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왜곡하려 했던 윤석열 정부와 제1기 여순사건진상보고서 작성 기획단의 잘못을 알리고 맞섰던 정당한 시민행동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역사적 비극"이라며 "항소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