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⑳]…접도(接島)
조선시대 대표적 귀양지…판서·승지 등 21명 적거
'접도 9경'과 '국내 물김 생산 1위'의 섬
-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진도군 의신면에 속한 섬으로 본 섬인 진도와는 접도연도교로 이어졌다. 연도교는 연장 240m로 금갑리와 접도를 잇는다. 1989년 다리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정기항로 여객선과 나룻배를 이용하거나 물빠진 갯벌을 걸어 오가기도 했다.
접도연도교는 폭 5.5m로 좁은 데다 낡아 현재 신접도연도교가 건설중이다. 왕복2차로로 건설되는 신접도연도교는 2023년 착공돼 오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접도'라는 지명은 진도와 가까이 접해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접섬', '금갑도', '갑도', '접배도'라고도 불렸다.
금갑리에 예속된 섬이었으나 1941년 접도리로 독립했다. 원다(元多), 황모(黃毛), 수품(水品), 여미(礖尾) 등 4개 자연마을이 있었으나 여미는 인구감소로 자취를 감췄다.
접도의 첫마을인 원다마을은 언둑이 다른 마을에 비해 많다 하여 언다(堰多)리 또는 언덕(堰德)리라고 부르는 데서 기원한다.
또 황모리는 중국의 원가계(元家界)나 장가계(張家界)처럼 '황(黃)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하여 황마을로 불리다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온다. 섬의 이름을 따 접도리라고도 부른다.
김 수확철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품항에서는 까만 물김을 채운 수십 척의 배들로 가득 차고, 트럭에 물김을 실어 올리는 대형 크레인들의 분주함으로 장관을 이룬다. 수품항의 하루 평균 물김 거래량이 2억 원을 넘는다.
수품리는 해안가에 수백 년 된 수목이 울창하여 숲울리, 또는 물이 귀해 품을 들어 먹는다고 해서 수품리라 했다. 마을은 길 따라 언덕을 오르내리며 원다·황모·수품마을이 종렬로 이어진다.
수품마을에 전국 최대 물김 위판장인 수품항이 자리하고 있다. 김 수확철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품항은 까만 물김을 채운 수십 척의 배들로 가득 차고, 트럭에 물김을 실어 올리는 대형 크레인들의 분주함으로 장관을 이룬다. 수품항의 하루 평균 물김 거래량이 2억 원을 넘는다.
접도는 인근 바다에서 장어·문어·우럭 등의 생선을 잡아 오일시와 십일시의 진도장에 내다 파는 전형적인 어촌이었으나 1970년대부터 굴과 김 양식이 도입되면서 주업이 바뀌었다. 현재는 우리나라 물김 생산 1위 지역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섬이다. 한때는 미역 양식도 주 소득원 가운데 하나였으나 김과 굴 양식에 밀려 사라졌다.
원다리와 황모리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양식 어선과 수하식 굴 채묘장이 앞바다를 까맣게 뒤덮고 있다.
김과 굴의 주 생산지답게 접도에서는 물김에 굴을 잘게 갈아 버무려 부친 굴김전이 김치만큼 보편화된 음식으로 식탁을 차지한다. 김의 달콤함과 굴의 비릿한 맛이 조화를 이룬 굴김전은 특이한 풍미와 함께 영양 가득한 반찬도 되고 간식거리도 된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진도는 해로 2급 유배지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귀양을 왔던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접도는 대표적 적소(謫所)였다.
2025년 기준 131세대 207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김 양식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946년 접도초등학교가 개교했으나 2000년 학생 감소로 의신초 접도분교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접도의 중간 마을 격인 황모리에 분교가 있다. 3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을 비롯해 모두 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접도연도교가 끝나는 곳 오른쪽, 바다 건너 진도 본도를 바라보고 있는 원다리가 유배자들이 생활했던 곳이다.
1988년 목포대학교의 '조선시대 유배지역별 유배자수'라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지역 유배자는 141명으로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경상북도(77명)와 평안북도(65명)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전남 유배자의 절반이 넘는 72명이 진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고, 접도에는 판서 5명, 승지 7명 등 21명이 적거했다. 황해도 전체 유배자인 24명에 버금가는 수치다.
접도가 적소의 적지가 된 데는 수군만호(水軍萬戶)가 설치돼 유배자에 대한 감시가 쉬운 데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 천연의 감옥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양은 금갑도(접도)까지이고 그곳은 옥주(진도)성 끝이라네/ 생소한 풍경 속에 깊은 시름 잊어지고/ 구슬픈 파도 소리에 돌아갈 길 꿈만 같네'
한말 민비시해 사건에 연루돼 접도에 귀양 왔던 대재학 정만조의 '은파유필(恩波濡筆)'에 실린 유배시 한 토막이다.
의신면지는 '이완용의 모함으로 유배된 정만조가 접도에서 12년간 적거하면서 글방을 열고 진도 땅에 예술과 문화의 씨를 뿌린 개척자로 추앙받게 됐다'고 적고 있다.
원다마을 뒤편의 울창한 대나무숲은 유배자들이 생활했던 집터로 전해오고 있다. 또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동편 서시낭골에 유배자의 위리안치로 사용된 탱자나무가 무성했다. 흔적만 남은 대숲에 날숨의 바람이 차고, 밭으로 변한 탱자나무 가시숲에는 대파가 퍼렇다.
원다마을을 지나 황모리로 가는 길 언덕배기에 '유배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유배지 공원' 표지석 뒷면에 적거했던 유배자들의 이름이 시대순으로 적혀 있을 뿐, 다른 설명이나 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유배지공원이라고 하기에는 멋쩍다.
흔적만 남은 대숲에 날숨의 바람이 차고, 밭으로 변한 탱자나무 가시숲에는 대파가 퍼렇다. 유배 문화유산을 관광콘텐츠로 결합해 명품 관광자원으로 활용했으면…
유배자들의 삶과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나 관련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공원을 새롭게 조성, 유배 문화유산을 관광콘텐츠로 결합해 명품 관광자원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유배자들이 '대한민국 민속문화의 수도'인 진도의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접도에는 남망산(164m)을 오르는 '웰빙 등산로'가 개설돼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몰리고 있다. 제일 짧은 0.8km 코스에서부터 가장 긴 4km 완주 코스까지 체력에 따라 걸을 수 있도록 4가지의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바닷가 쪽으로 쥐바위, 병풍바위, 아홉봉, 낭기미, 말똥바위 등 기암절벽이 즐비하고 조망 또한 으뜸이다. 맑은 날에는 조도 군도는 물론 보길도와 추자도, 제주도까지 보인다. 2018년 산림청 주최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봄이 되면 접도 곳곳에서 춘란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임중암동춘란향(林中暗動春蘭香)'을 비롯해 '해중망월경(海中望月景), 황모만·수품만 일출경 등 접도 9경으로도 유명하다. 등산로 입구 표지석의 '체력은 정력'이라는 글씨가 조망과 물김생산 1위의 접도와 묘하게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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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