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 메기 되자더니" 혁신당 출마예정자들 합당론에 '술렁'

'DNA 유지' 기조…조국 5·18참배 방명록도 '의미심장'
"제3당 개척 위해 현장에서 고생해 온 사람들 헛되지 않아야"

23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4층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간담회에서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26.1.2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갑작스러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을 혁신당이 이전과 달리 내치지 않고 진지한 검토를 시작하면서 호남지역 혁신당 출마자들의 심경도 복잡하다.

민주당 텃밭 호남에서 '정치적 메기'를 자처하며 선거전을 벌였던 혁신당 출마자들은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 그 경우 공천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한다.

조국혁신당은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 이틀 만인 지난 24일 조국 대표와 서왕진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갖고 합당안을 논의했다.

의원총회는 이렇다 할 결정이 나지 않은 채 '혁신당의 독자적 정치 DNA가 보존, 확대돼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혁신당은 26일에도 당무위원회를 열고 합당 제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특히 합당 제안에 이후 정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서 민주당 내부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을 종합하면 혁신당은 합당 이후에도 독자적 정치 DNA, 즉 혁신당 계파가 민주당 내에서 조 대표를 중심으로 일정 세력으로 존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분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 합당하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3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방명록을 남겼다. 2026.1.23/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특히 평소 절친한 박지원 민주당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의 합당 제안을 일거에 내치던 조 대표가 이번에는 장고에 들어가면서, 조 대표가 이번 합당 제안을 민주당 차원이 아닌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다음날인 23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조 대표의 방명록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뜻만 따르겠습니다'라는 '순응형'이었다. 과거 방명록에는 강인한 의지를 표명했던 것과는 결이 바뀌었다.

조 대표는 앞서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3년 12월 5일에는 '5·18 정신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창당 후 총선을 준비하던 2024년 2월 14일에는 '5·18정신으로 검찰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총선에서 비례12석 원내 3당에 등극한 후인 2024년 4월 23일에는 '5·18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5·18묘역 방명록에 적었다.

조 대표와 지도부가 이처럼 민주당과 합당을 고민하면서 광주·전남에서 혁신당 출마를 준비하던 입지자들도 심경이 복잡하다. 표면상으로는 합당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호남 정치 혁신'을 기치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혁신당의 깃발을 든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합당이 무산된다면 모를까, 합당 후 민주당이 혁신당계열 후보들의 지분을 보장해주지 않고 똑같이 경선 스타트라인에 세울 경우가 문제다. 민주당 후보에 이은 2위 '혁신당 후보'에서, 민주당 당내 경선 통과 자체가 걱정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한 입지자는 "설마 합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당 내 반대 기류도 어마어마하고 정청래 대표의 입지도 흔들리면서 성사될 것 같지 않다. 혁신당 후보로 출마할 계획을 평소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지자는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을 외치면서 3년간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해 왔나. 현장의 땀흘리고 허리가 휘는 고생 끝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충분한 수준의 협상안이라면 모를까, 그런 준비 없이 던진 협상안이라면 무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