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산불 대피현장에도 의연…어르신 '수호천사' 된 한의대생들
경희대 한의대 의료봉사동아리 '청록회'
광양 산불 대피소 찾아 의료봉사…주민들 "큰 힘 됐다"
- 김성준 기자
(광양=뉴스1) 김성준 기자 = 방학 중 의료봉사를 위해 시골 마을을 찾았던 대학생들이 갑작스러운 산불에 긴급대피한 주민들을 도우면서 훈훈함을 전했다.
21일 오후 3시 2분쯤 전남 광양 옥곡면 백운산 자락에서 갑자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산 아래 노부부가 거주하던 주택에서 난 불이 야산으로 옮겨붙은 것.
건조주의보와 강풍이 겹치면서 화재는 삽시간에 확산했다. 화재 발생 1시간 만인 4시 31분쯤 대응 2단계로 격상할 만큼 큰 불이었다.
주민들은 부랴부랴 대피에 나섰다. 마을 진입도로가 좁고 어르신들이 많은 데다 대피소도 준비 단계에 머물며 화재 현장은 전체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옥곡면사무소는 달랐다. 때마침 농촌 의료봉사를 위해 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있었다.
경희대학교 한의대 의료봉사동아리 '청록회'는 매년 방학마다 시골 마을을 찾아 의료 봉사를 펼치는데 이번 106회 의료봉사 장소는 광양동부농협이 일부 지원을 약속, 옥곡면으로 결정했다. 청록회 학생들 35명은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으로 머무를 예정이었다.
의료 봉사 중에 발생한 산불에 학생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진료를 위해 가져온 커튼과 매트 등을 이용해 강당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학년별로 대피소 안내, 예진 및 침구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대피소를 찾은 주민들을 진료했다.
주민들은 대피 중 근육이 놀라면서 주로 허리나 어깨 등의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다. 학생들은 침과 뜸, 부항 등의 치료를 하는 한편 챙겨온 약재를 배합해 처방하기도 했다.
대피소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주민들 외에도 봉사자들, 마을 주민들까지 진료받으러 찾아오면서 150명이 진료를 받았다.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청록회 학생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서 주민들을 대했다.
신기마을에 거주하는 안정희 할머니(82)는 "공간도 남녀가 분리돼 있고 바닥에 매트도 깔려있어서 몸이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너무 놀라서 소화가 잘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준 약을 먹고 조금 편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들이 주민들 치료를 맡아주면서 지원 나온 의료인력의 도움은 소방대원들에게도 미쳤다.
한 소방대원은 "추위와 험준한 산세 등으로 화재 진화는 쉽지 않은 현장인데 이렇게 대원 의료까지 챙겨주는 대피소는 드물다"며 "밤새 힘들었는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서기준 청록회 회장(23)은 "청록회가 지향하는 봉사 정신과도 잘 맞아 모든 부원이 한마음으로 주민들을 도왔다"며 "산불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주민분들께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어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록회는 예정된 23일까지 진료를 마치고 다음 날 옥곡면을 떠날 예정이다.
wh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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