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의 '힘'…소아청소년과 '성공신화' 이어갈까

기부로 수십년 만에 개원한 곡성·영암…담양도 도전
재원 의존에 '지속가능성' 우려…상주의사 육성기금 조성 검토

영암군 소아청소년과(영암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고향사랑기부제가 전남 의료 취약지역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모시기'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전남 곡성과 영암이 고향사랑기부제의 힘으로 각각 65년·24년 만에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연 가운데 담양·고흥·진도군도 전문의를 구하기 위한 지정 기부에 돌입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최초로 소아청소년과 설립을 위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작한 곡성군은 지난 5일부터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2'라는 이름의 지정기부에 들어갔다.

곡성군은 65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0명이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2400여명의 아이들은 소아과 진료를 위해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원정진료를 다녔다.

곡성군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024년 소아과 고향사랑기부 모금을 시작했는데, 폭발적인 관심이 모이면서 같은해 8월 최초로 소아과 출장진료를 운영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전문의 상주를 위한 모금도 성공해 지난해 5월부터는 지역 내에 소아청소년과가 생겼다.

곡성군은 내년에도 전문의 상주를 이어가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다시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목표 금액은 3억 원으로, 이날까지 13명이 기부에 참여해 123만 원이 모금됐다.

6023명의 아이들이 거주하는 영암군도 24년 만에 소아과를 개원했다.

공무원들은 전문의를 모시기 위해 전국을 헤매다녔고, 2024년 고향사랑기부제로 12억 3000만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영암군은 4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의료인력 인건비와 의료 장비 확충 등을 위해 지난해 12월 다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시작했다. 올해말까지 4억 7920만 원 모금이 목표다. 현재 1359명이 기부해 1억 3362만 원(27.88%)이 모였다.

고흥군은 2023년에 유일무이했던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았다. 군은 지난해 5월 전문의를 고용한 종합병원에 전문의, 간호보조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 모금을 시작했다. 1년간 3억 6000만 원이 모였고, 올해 말까지 같은 금액을 모금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담양도 소아청소년과와 전문의가 없다. 담양군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소아청소년과 첫 진료실 마련'을 위한 지정기부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2억 5000만 원 모금이 목표다. 이날까지 353명이 동참해 목표액의 14%인 3542만 원이 모였다.

곡성은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이날 처음으로 상시 소아과가 들어섰다.2025.5.2/뉴스1 ⓒ News1

담양군은 모금 홍보와 보건소에 상주할 전문의를 모시기 위한 타 지역 의사들과의 접촉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최초로 소아청소년과가 개원한 전남 진도군도 이 지정병원에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억 원 모금을 목표로 2027년 말까지 이어지는데 1년이 지난 현재 8693만 원이 모금됐다.

이곳들은 모두 농어촌 지역 특성상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 전문 진료를 받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인구 자체가 고령화되다보니 어르신을 위한 안과 등 전문병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해 소아청소년과 운영에 행정 예산을 집중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문의 고용을 위해 연간 최소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역 특성상 아동·청소년보다 고령층이 많고 재정자립도는 열악하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 충당이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소아청소년과를 포기할 수는 없어 군 단위에서 대체 방안으로 기금인 고향사랑기부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는 어렵게 개원한 소아과 유지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소요되는 인건비 지원이 국민 기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곡성군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소아과 지속을 위해 '상주의사 육성기금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출신 또는 지역에 가까운 의과대학 소속 학생에게 기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후 특정 기간 곡성에 근무하도록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의료 부분의 관건은 결국 예산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전국적으로 부족한 상태인 건 알지만, 적어도 지역의 아픈 아이들이 찾아갈 수 있는 의사가 상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