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온돌 껌딱지 사자…찬 바람 즐기는 시베리아 호랑이
'국가거점' 광주 우치동물원 속 다양한 겨울나기 풍경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9일 오후 찾은 국가거점동물원 광주 우치동물원. 연일 이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대표 동물인 코끼리와 호랑이를 포함해 총 89종, 667마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가 고향인 할아버지 사자 '레드'는 추운 날씨에도 미동 없이 낮잠을 즐겼다. 야생에서 사자의 평균 수명이 10~15년인 점을 감안하면, 17살인 레드는 사람 나이로 85세가 넘은 고령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고 기력이 없는 탓에 관람객이 다가와도 눈만 껌뻑였다.
레드가 누워 낮잠을 자는 곳은 보일러 시설이 갖춰진 온돌 위였다. 마치 돌침대 위에 잠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올해 생애 처음으로 '겨울'을 경험하는 동물도 있다. 벵골호랑이 '호광이'는 경기도 부천의 한 실내 동물원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우치동물원으로 구조돼 왔다.
오전에 충분히 먹이를 먹은 뒤 낮잠을 즐기던 호광이는 내실보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야외 생활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우치동물원 수의사들은 "지난해 첫 여름을 보낸 데 이어 첫 겨울을 맞은 호광이를 위해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다가스카르 등 열대 지역에서 온 동물들은 겨울이 온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대다수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어서다.
사막여우와 미어캣이 사는 공간에는 열등이 설치돼 실내 온도가 약 22도로 유지되고 있고, 캥거루류인 왈라루의 보금자리엔 바닥 냉기를 막기 위한 짚이 깔렸다.
추운 날씨를 반기는 동물들도 있었다. 스라소니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에서 바람을 즐겼다.
수의사들은 "눈이 오면 오히려 더 좋아한다"며 "마치 고향 생각이 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우치동물원은 동물들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식사와 운동 관리, 영양제 공급 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보일러를 점검하고, 매일 히터와 열등도 가동하고 있다.
정하진 진료팀장은 "겨울철 동물원은 봄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며 "쉬어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추워 내실에 있는 동물들을 못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연히 동물들을 만나게 되면 '추운데도 나를 보러 나왔구나' 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럴 땐 더 반갑게 인사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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