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들 관찰했더니…욕심 덜어내고, 많이 움직이고, 마음은 가볍게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전남대병원 백세인연구단 집중 연구
잠은 8시간·저체중보다 과체중…건강 상태도 긍정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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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사람들이 새해 소망으로 가장 많이 꼽는 단어는 여전히 '건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100세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전체 인구의 21%가 만 65세 이상이다. 2025년 10월 기준 전국의 백세인은 8908명. 6년 전인 2019년(4874명)보다 82.7% 늘었다.

말 그대로 '100세 시대'다. 그렇다면 누가 오래 살고, 왜 오래 사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남대학교병원 한국백세인연구단은 2018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장수벨트로 불리는 '구곡순담'(전남 구례·곡성·담양, 전북 순창) 등을 중심으로 백세인들을 직접 만나 혈액검사, 신체계측, 생활태도, 정신적 건강,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왔다.

지난해에는 장수도시로 잘 알려진 전남 고흥군을 조사했다.

고흥군의 전체 인구는 5만 9576명. 이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은 47%에 달한다. 둘 중 한 명이 노인인 셈이다. 95세 이상 고령자는 374명, 이 중 백세인은 46명이다. 장수지수는 전국 평균(10.8)보다 훨씬 높은 18.0을 기록했다.

이 지역 어르신들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

1일 연구단의 '백세인조사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백세인의 체질량지수(BMI)는 '정상~과체중' 범위에 속했다. 초고령층에서는 저체중인 경우보다 과체중인 경우의 생존율이 더 높았다.

한국백세인연구단 소속 이루지 화순전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저체중과 고도 비만은 사망 위험을 높인다"며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점은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고령에서는 약간 높은 BMI가 가장 건강한 상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잠도 과하지 않았다. 백세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약 8시간. 너무 오래 자지도, 너무 적게 자지도 않았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을 경우 모두 사망률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세인은 고령인구 평균에 비해 만성질환 수도 더 적었다. 고혈압과 당뇨병, 골관절염 등 만성질환 보유 개수는 1.32개~1.88개 수준이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고령인구 평균 만성질병 개수(2.2개)보다 적다.

전남대병원 한국백세인연구단이 제17차 건강백세포럼을 열고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연구성과 등을 공유하고 있다.(사진=전남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

술과 담배는 멀리했다. 구곡순담 백세인 10명 중 9명은 생애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고흥군 백세인의 평생 비흡연율도 73.8%에 달했다.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비율 역시 구곡순담은 83.8%, 고흥군은 66.7%로 높았다.

혈액검사 결과에서도 공통점이 드러났다. 중간 수준의 페리틴(철을 포함한 단백질)과 총콜레스테롤 수치, 낮은 혈당과 공복혈당, HgA1c(당화혈색소) 관리가 장수의 핵심요인으로 꼽혔다. 건강한 간과 신장, 낮은 염증, 안정된 대사 상태가 장수와 맞닿아 있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움직임'이었다. 고흥군 백세인들은 다른 지역보다 신체활동 인구 비율이 높았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몸을 썼다. 텃밭을 가꾸고, 마을을 오가고, 이웃과 어울렸다.

이 교수는 "도시의 육체적 활동은 대부분 운동이나 가벼운 취미 활동이라면, 농촌 고령층은 일상생활 자체가 신체활동이고 공동체 활동이 많다"면서 "방 안에 머무르는 비율이 매우 낮고, 활동범위도 더 넓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마음'이었다. 백세인 상당수는 스스로를 "아직 괜찮다"고 평가했다. 구곡순담은 절반 이상, 고흥군은 61.9%가 '주관적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주관적 건강 인식은 노인 사망률과 신체 기능 저하를 예측하는 중요 지표다.

우울척도 검사에서도 평균 점수는 5점 이하로, 대부분 우울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루지 교수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울 증상 감소와 관련이 있다"며 "초고령자의 우울감을 관리하는 것이 주관적 건강을 올리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 조금 덜 욕심내고, 많이 움직이고, 마음을 무겁게 두지 않는 것. 백세인의 삶은 어렵고도 단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