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가 닿기를"…무안공항 하늘로 띄운 유족들의 편지

참사 1주기…유가족 12월생 희생자 기리며 이름 부르기도

179명이 사망한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들이 활주로 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박지현 기자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179명이 희생된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전남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유가족들은 편지를 불태워 하늘로 보냈다.

버스가 활주로에 멈춰서자 유가족들은 서로 팔을 붙잡고, 부축하며 겨우 앞으로 나아갔다.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구조물 주변에는 파편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구조물 앞에 선 유가족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내 "내 새끼야, 아이고 내 새끼야"라며 통곡했다.

이날 활주로에는 12월에 생일을 맞은 희생자 16명을 위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놓였다.

생일자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된 뒤 축하 노래가 시작됐으나 마무리는 되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탄했다.

179명이 사망한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들이 활주로 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유가족들은 원형으로 판 작은 구덩이에 편지를 모아 불을 붙였고, 재 주변으로 둥글게 국화를 놓았다.

헌화를 마친 한 유가족은 두 손을 입에 모아 "안녕히들 가십시오" 하늘을 향해 외쳤다. 주변에서는 통곡이 이어졌다.

공항 측은 잠시 로컬라이저 주변을 걸어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가족들은 땅바닥을 유심히 살피며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흔적을 찾았다.

철제 볼트처럼 보이는 물체를 집어 든 유가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는 부축을 받아서야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로컬라이저 둔덕 위에 올라 구조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바퀴를 돌아본 뒤 유가족들은 다시 버스로 향했다.

활주로를 걸어 나오며 유가족들은 서로에게 "이대로 묻히면 안 된다", "끝이 아니다. 더 힘을 내야 한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179명이 사망한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들이 활주로 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한 유가족이 희생자 이름을 외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일부 유가족은 공항 관계자들을 붙잡고 사고 당시 상황을 묻기도 했다.

새떼가 몇 마리나 됐는지, 왜 복행을 시도했는지 등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반복됐다.

고재승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우리 가족이 희생된 가장 가까운 곳에서 12월생을 위한 생일을 챙기기로 했다"며 "유족들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생일을 챙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