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하는데 아직도 안 오네"…1년 전 멈춘 무안공항의 시간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1주기
공항 추모벽 가득 채운 보딩패스 형식 추모편지
-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박지현 기자 =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무안공항 내 추모 공간에는 비행기 탑승권 형식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었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행사' 문구가 인쇄된 카드에는 유족과 시민들이 남긴 짧은 글들이 적혔다.
유족들은 지난 1년간 멈춰 선 일상과 지워지지 않은 상실의 시간을 카드에 고스란히 담았다.
아버지 없는 결혼식을 치른 딸은 "아빠를 꼭 닮은 딸이 결혼식을 하는데도 여행이 그리 좋은지 아직도 안 오네. 아들 결혼식에는 너무 늦지 않게 오길"이라며 "그런데 언제 온다는 연락 한번 주면 안 될까"라고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다른 유족은 "아빠, 1년 동안 우리 어땠어. 나름 잘 버텨내고 있지?"라며 "1년 만에 꺼내 본 영정사진을 마주하니 그동안 참았던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보고 싶다"고 적었다.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내 아들. 여행 잘하고 다 끝나면 다음에 만나자. 꿈에서라도 정말 보고 싶다"고 남겼다.
배우자를 떠나보낸 유족은 "길을 가다 울고, 밥을 먹다 울고, 그렇게 눈물로 보낸 시간이 1년"이라며 "내가 우는 걸 제일 싫어하던 당신"이라고 적어 그동안 견뎌온 슬픔을 드러냈다.
애도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을 묻는 호소도 담겼다.
한 유족은 "왜 우리 아빠가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게 누구의 잘못인지 명명백백 밝혀달라"며 "우리 가족은 아직도 12월 29일에 멈춰 있다"고 썼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너무나 황망한 삶을 살고 있다. 아까운 내 새끼! 잘 있어"라며 절절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과 아이들도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묵념했다. 카드가 붙은 벽 앞에서는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 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와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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