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참사로 홀로 남겨진 아버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아내·두 아들 태국 가족여행 귀국길에 참변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아빠'로의 역할 남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세가족을 잃은 한 아버지의 절절한 편지글이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인 김 모 씨는 2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엄수된 광주전남 시도민 추모대회에 올라 하늘에 있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폭발 사고로 아내와 두명의 아들을 잃었다.

김 씨 가족이 태국에서의 가족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었다. 인도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태국 공항에서 "곧 다시 보자"며 가족들을 먼저 한국으로 배웅했다.

김 씨는 인도에 도착한 후 4시간만에 사고 소식을 들었다.

김 씨는 "사랑하는 내 아내, 아들들아. 너희가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지 1년이 돼 간다. 사고 소식을 듣고 숨을 쉴 수 없었다. 인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24시간 동안 나는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며 어떤 뉴스도 보지 않았다"고 편지 낭독을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지인들이 보내온 문자 비보에 '결국은 크게 잘못됐구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온전한 정신으로 너희를 만나야 했다"며 "만약 나까지 없다면 누가 우리 식구를 기억해줄까. 나라도 남아야 너희를 기억할 수 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그렇게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너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여전히 태국에서 여행 중이다. 너희들의 꿈을 꾼다. 꿈에서 깨고 나면 그리움에 한없이 운다"고 했다.

김 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내 아내,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못해준 내가 너무나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해 술잔을 부딪히며 자신을 응원해줬던 첫째 아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였던 둘째 아들에 대한 깊은 그리움도 전했다.

김 씨는 "며칠 전 너의 학교에서 1주기 추모식을 해줘서 다녀왔다. 너의 친구들과 교수님을 보며 '내 아들이 잘 살아줬다'는 생각에 한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 꿈에서 항상 초등학생 시절의 모습으로 나와 귀여움을 떠는 막내는 항상 아빠를 가장 좋아했지. 아빠는 최근에야 아빠라는 말이 이토록 친근한 단어인 줄 알았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아빠라는 말이지만 아빠답게 살면서 너희를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유가족으로 살기 너무나 힘들지만, 너희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아빠답게 목이 터져라 외치고, 미친 듯이 세상에 너희의 억울함을 알릴게. 내 아들들의 청춘과 삶을 파괴시킨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아빠의 역할을 할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무도 꿈 속에 나오지 않아 서운하다. 누구든 꿈에 나와 아빠를 응원해주라. 나는 영원히 너희들의 아빠임을 잊지 않을게"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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