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이행하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대회 엄수
시간 멈춘 유족들 "처벌 0건·정보공개 0건·사과 0건"
국회의원들·광주시장·전남도지사 '진상규명' 서약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유가족들에게 진짜 위로는 '책임 있는 진상규명'입니다. 그러나 1년간 진실은 어느 하나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세상을 떠난 179명을 추모하기 위한 광주·전남 시도민 추모대회가 27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엄수됐다.
추모대회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국회의원들,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이 참여했다.
광주학동참사·이태원참사 유가족들도 추모식에 참석해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연대 의지를 다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시작된 추모대회의 처음과 끝은 '책임자 처벌 0건, 정보 공개 0건, 사과 0건'으로 귀결됐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아 너무 참담하다. 국가는 아직 단 한명에게도 책임도 묻지 않았고 유가족에겐 한장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며 "왜 이 참사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냐"고 절규했다.
김 대표는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1년간 셀프조사로 일관했다. 유족 질문엔 침묵했고 유족의 자료 요청엔 국제규정이란 이름 뒤에 숨었다"면서 "사조위는 책임을 가려주는 기관이, 경찰은 책임을 미루는 기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실 이관이 예정된 사조위는 정말 독립적인 조사할 의지가 있는지, 경찰은 국가 책임이 걸린 중대 사안을 수사할 각오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외쳤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진짜 위로는 '책임 있는 진상규명'"이라며 "책임이 밝혀지지 않는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는 저 국화처럼 며칠이면 시들어버릴 마음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해달라. 국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진실을 밝히는 건 이 사회와 국가가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한 눈에 봐도 원인과 책임을 알 수 있는 로컬라이저 문제 등에 대한 사고 책임과 진상규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 피해를 키웠던 로컬라이저 둔덕은 정부가 신속 조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을 밝힐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김 지사는 "진상 규명은 희생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안전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며 "사조위 독립 법안과 국정조사특위가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유족들이 바라던 진상규명은 제자리 걸음을 하며 안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면서 "국회에서 국정조사특위를 출범해 40일간 활동에 돌입한다. 수사권이 없는 국정조사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어야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사조위가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내길 바란다. 광주는 끝까지 연대의 마음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박지원·권향엽·민형배·안도걸·양부남·전진숙·정준호·조계원·조인철·주철현·서왕진·전종덕 국회의원은 유족들 앞에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의원들은 "진상규명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전서약서를 작성했다.
서약서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것', '희생자를 추모하고 영원히 기억할 것',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것',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약속이 담겼다.
참석자들과 시민들은 희생자들에게 국화를 헌화하며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거듭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콘크리트 둔덕으로 만들어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와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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