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9일 지나면 잊힐까 두려워"…무안공항 활주로서 유족들 통곡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앞두고 사고 현장 찾아
하루 4차례, 회당 20명씩 버스로 사고 현장 돌아봐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돌려내, 내 새끼 돌려내." "사랑한다 아들, 보고 싶다."
24일 낮 12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게이트 앞.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12명이 패딩에 마스크를 쓴 채 조용히 셔틀버스에 올랐다. 가슴에는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29일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무안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을 직접 찾는 '순례길'에 나선 것이었다.
유족들을 태운 버스는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멈췄다.
버스에서 내린 유족들은 "내 새끼 돌려내",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통곡했고 몇몇은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이준화 유가족협의회 상임이사는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설치 당시 규정 미준수 의혹을 강조했다.
이 상임이사는 "'로컬라이저는 부러지기 쉬운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제 기준이 있었으나 해당 지점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용됐다"며 "이 같은 구조물을 활주로 중심에 설치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30초간 묵념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유족들은 로컬라이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사과는커녕 설명도 없다", "살인자들" 등을 반복하며 오열했다.
철조망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파란 리본들이 수십 개 매달려 있었고, '12·29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손 글씨 문구가 눈에 띄었다.
유족 이경임 씨(65)는 리본에 '보고 싶다 아들. 사랑한다'고 적었다. 한 유족은 '당신 마눌이'라고 시작하는 글귀가 적힌 리본을 철조망에 매단 후 한참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당시를 보여주듯 처참하게 망가진 로컬라이저 앞에서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는 유족도 있었다. 유족들은 서로 어깨를 안으며 위로를 나누기도 했다.
이 씨는 "29일이 지나면 사람들이 이 사고를 잊을까 봐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로 잃은 아들이 늦둥이였고, 어릴 때부터 성실하며 가족들에게 다정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이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아들이 순천에서 목포 집에 들렀고, (여행용) 캐리어를 직접 싸줬다"며 "나갈 때 이상하게 뒷모습이 안 좋았다. 창문으로 끝까지 봤는데 그때 보내지 말 걸 그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들은 입을 모아 "국민들이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순례길은 하루 4차례 운영되며 회당 최대 20명씩 참여하고 있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와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181명이 탑승해 있었고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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