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개월 앞둔 공무원 '강제 공로연수' 발령…법원 판단 엇갈려

1심 "본인 동의 없어…인사적체 해소보다 사익 침해 중해"
2심 "퇴직 예정 공무원 위한 제도, 사익보다 공익이 더 커"

광주고등법원.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정년 퇴직을 6개월 앞둔 공무원을 지자체장이 본인 동의 없이 공로연수 발령낸 것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1심 법원은 '본인 동의 없는 공로연수는 공무담임권을 저해하는 재량권 일탈' 판단을 내렸지만 2심 법원은 '지자체 인사 적체 등을 고려하면 재량권의 정당한 행사'라며 원심을 뒤집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정년 퇴직한 공무원 A 씨가 전남 구례군수와 구례군을 상대로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인사발령 처분 취소 소송'의 원심을 취소하고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구례군은 20년 넘게 공직자로 재직하던 A 씨에게 2023년 말 '퇴직준비교육 파견 명령'을 내렸다.

정년이 6개월도 남지 않은 A 씨를 포함해 정년퇴직 예정자들에게 퇴직준비교육(공로연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였다.

정년퇴직 예정 공무원들은 교육훈련기관 등을 통해 대상자가 희망하는 재취업, 창업, 사회공헌 등 유형별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 받는 등 인생 제2막 설계를 위한 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다.

A 씨는 끝까지 공무를 이어가고 싶다며 공로연수를 거부했지만 발령은 내려졌다.

A 씨는 지자체가 자신이 동의하지도 않은 공로연수를 보내 공무담임권과 근로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통상 지자체장들은 정년퇴직 예정자를 공로연수 발령하고, 다른 공무원을 승진시키는 식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있다.

관련 지침은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상 1년 이내인 자에 대해 퇴직준비 교육을 명할 경우 교육 대상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반면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의 경우 대상자 동의를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1심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구례군은 원고 동의를 받지 않아 공로연수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해당 처분을 했다. 인사 적체 해소의 공익보다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6개월간 공무담임에서 배제되는 원고의 사익 침해가 중하게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침이 정한 일련의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례군수가 주장하는 인사 적체와 이로 인한 조직 침체 등의 사정을 고려해도 재량권이 합리적 범주 내에서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가 받지 못한 업무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했다.

2심은 구례군의 손을 들었다.

2심 법원은 "원고는 퇴직준비교육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교육 일정을 상당 부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원고가 해당 처분으로 직무 연속성 등에 영향을 받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정년퇴직 이후의 생활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해당 제도는 퇴직 예정 공무원을 배려하는 제도"라며 "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신규직원 1대1 멘토, 의무 사회공헌활동을 포함해 공직에 종사하며 그간 쌓아온 공직 경험을 후배 공무원에게 전수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파견 명령을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파견 명령을 받은 공무원의 자리에 새로운 인원을 선발할 수 있게 돼 탄력적인 인사운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에 비춰보면 원고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 침해받은 공무담임권이 해당 처분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업무상 필요성보다 막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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