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부결에 목포대·순천대 '당혹'…김영록 지사 "안타깝다"

국립 순천대학교 전경.(순천대학교 제공)2022.3.2/뉴스1

(순천=뉴스1) 김성준 기자 = 전남의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통합을 결정한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가 구성원 투표 단계에서 부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통폐합 심사까지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의대 설립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놓이면서 양 대학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대학통합에 대한 구성원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교원 △직원·조교 △학생 등 3그룹으로 나눠 통합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목포대는 3그룹 중 2그룹만 반수 이상이 동의할 경우 찬성으로 간주하기로 했으나 순천대는 3그룹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목포대는 교원 81%, 직원 68%, 학생 25%가 투표에 참여해 각각 87%, 81%, 67%가 통합에 찬성했다.

순천대는 교원 91%, 직원 92%, 학생 57%가 참여한 투표에서 교원과 직원은 각 56%, 80%로 찬성했지만, 학생들은 39%로 찬성이 과반을 채우지 못했다.

양 대학 공동추진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부결 후속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통폐합심사위원회 10차 심사가 열리는 다음 달 13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재투표 등을 우선순위에 놓고 학생들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순천대 관계자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이 논의될 무렵부터 순천대 학생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된 탓에 설득이 쉽진 않을 거란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순천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목포대 중심의 흡수 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 "통합 운영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 "의대 유치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합은 이르다" 등 부정적인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교명으로 '김대중대학교'를 추천한 이후부터 "서부권 중심의 대학 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진 탓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듯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22일 학내 공지사항에 "통합은 의대 유치를 위한 필수 과제이자 초광역 거점대학으로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찬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양 대학은 통합이 부결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통합 부결 사유를 제공한 순천대의 경우 향후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 신설 논의에서 주도권을 내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전남지사는 24일 동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안타깝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과정의 진통이라고 생각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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