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조사였는지 묻고파"…항철위, 신뢰회복 가능할까

[제주항공참사 1년] 자료 비공개·발표 연기 반복

편집자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단순 사고를 넘어 국가 안전 시스템 전반을 되묻게 한다. 뉴스1 광주전남본부는 4편에 걸쳐 유가족의 고통, 형사 책임 규명을 둘러싼 수사, 사고 원인 조사 기구의 한계, 무안국제공항 정상화의 현실을 집중 조명한다.

올해 1월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는 모습. 2025.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조사 결과는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조사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국토교통부 셀프 조사'를 두고 유가족과 시민사회 안팎의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사고 직후 항철위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사고기 엔진을 수거해 해외 전문기관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등 초동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사고 경위 파악과 원인 분석을 위한 조사 절차를 진행해 왔다.

조사 독립성을 둘러싼 의문은 초반부터 제기됐다. 항철위가 항공·철도 정책과 공항 시설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국토부 산하 기구이기 때문이다.

전직 국토부 관료가 조사위원장을, 현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부처가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항철위 위원장은 사퇴했고,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던 상임위원도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

항철위는 인적 쇄신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섰다는 입장이었지만, 유가족들의 의구심은 '조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다시 표면화됐다.

항철위는 지난 7월 엔진 정밀 분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유가족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항철위가 조종사의 엔진 조작 판단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발표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유가족들은 "충분한 자료 공개 없이 조종사 과실로 결론을 유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공청회 중단과 조사기구 독립화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달 초에는 공청회 형식의 조사 결과 발표가 예고됐다. 사전 자료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반발이 거듭 터져 나오면서 이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조사 인력과 방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참사 당시 항철위의 전담 조사 인력은 10명에 못 미쳤고, '콘크리트 둔덕 충돌 영향 분석' 등 핵심 사안은 1억 원에 민간 용역에 맡겨졌다.

결국 1년간 항철위가 공식 발표한 건 △항공기가 방위각 시설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부터 블랙박스 자료 기록이 중단됐고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 후 약 4분간 비행하다가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을 시도해 방위각시설물과 충돌했다는 점 △엔진 양쪽에서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다는 사실 정도다.

항철위의 조사 방식과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거듭된 논란에 최근 항철위를 국토부 산하에서 분리해 국무조정실 산하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유족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주문한 만큼 국무총리실로 이관되는 항철위가 오명을 벗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희업 국토교통부 차관은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서 "항철위를 국토부에서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로 이관하는 법률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국토부 차원에서도 신속한 이관 작업이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의 최종 처리와 실제 이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1년 동안 무엇이 밝혀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과연 독립적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