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발주' 도서관 건축 현장 와르르…노동자 4명 목숨 앗아가

경찰·노동청 전방위 수사

편집자주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에서 시·도민을 울고 웃게 한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4명의 작업자가 매몰돼 사망한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붕괴 현장에서 16일 오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12.16/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한파가 예보된 겨울 오후,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광주시가 발주해 공사가 진행 중이던 도서관 건립 현장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공공이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안심해 왔던 공간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였다.

화정아이파크와 학동 철거건물 붕괴라는 뼈아픈 기억을 간직한 광주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공사 현장 사고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2층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붕괴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 소재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선 12월 11일 오후 1시 58분쯤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현장에선 루프층(옥상 바닥)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고 당시 건축물 주요 골재인 PC 빔과 트러스, 데크플레이트는 좌측부터 균형을 잃었고, 길이 48m·폭 20m 규모의 2층과 1층, 지하층까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공사 현장엔 당시 97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이 중 4명이 무너진 건축 구조물과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됐다.

매몰자 수색·구조에 나선 소방 당국은 얽히고설킨 철근과 콘크리트를 절단하고 말라가는 콘크리트를 호미로 파내며 작업을 이어간 끝에 수습 사흘째인 13일 낮 12시 21분쯤 마지막 네번째 매몰자 시신까지 수습했다. 사고 발생 46시간 만이었다.

경찰·고용노동부, 책임소재 가리기 위한 수사 착수

광주경찰청은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 붕괴사고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수사본부장은 광주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이 맡았다.

경찰은 시공사 대표 등 공사 관계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또 관련자 12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12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7개 업체, 10개소에서 휴대전화 15대 등 관련자료를 추가 확보했다. 사고 경위와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수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역시 공사 관계자 1명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16일 박동성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4명이 숨진 서구 치평동 광주 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다.(광주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6/뉴스1
지연된 공정 만회하려 무리한 작업 의혹

사고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공사가 공정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작업 인원과 장비를 늘리고, 철골 보강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발주처인 광주시종합건설본부가 시공사 구일종합건설로부터 제출받은 '부진공정 만회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계획 대비 월간 공정 실적이 10% 이상 지연된 상태였으며 일부 주요 공정은 최대 50%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데크공사와 내부 구조체, 지하 방수·조적공사 등 다수 공정에서 지연이 누적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업 인원 증원과 장비 추가 투입, 작업시간 연장, 휴일 작업 실시 등이 담겼다.

특히 시공사는 데크공사 지연 해소 방안으로 철골 보강 작업을 다른 공정과 동시에 진행해 작업 효율을 높이겠다고 제시했고, 건설본부는 이를 수용했다.

발주처와 광주시는 공사 기간 단축을 압박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대표 시공사였던 홍진건설의 공사 중단으로 공기가 이미 연장됐고, 준공 시점이 민선 9기로 넘어가는 만큼 치적 목적의 공기 단축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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