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망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 4주기 추모식 갈등(종합)

사고현장서 개최 불허에 유가족 "도로 집회로 진행"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3주기에 사고 현장에서 추모식이 엄수되는 모습.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유가족이 사고 4주기를 맞아 준비한 추모식이 사고 현장에서 불허되면서 도로 집회 형태로 진행된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유가족 대표 안정호 씨는 18일 뉴스1과 통화에서 "HDC현산은 건물이 이미 완공됐고 입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현장 추모식이 사실상 거부됐다"고 말했다.

추모식 불허는 공식 공문이 아닌 구두 통보 형식으로 전달됐으며 명확한 법적 사유나 서면 안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지난해부터 회사 임원이 바뀌었고 피해 지원과 복구를 담당하던 조직도 해체됐다"며 "작년에는 '종지부를 찍자'는 취지로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 의도한 바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직접 약속했지만 모두 구두 약속에 그쳤다"며 "이제 와서는 구청이 중재한다면서도 시공사에 제대로 된 역할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은 광주시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관할 자치단체인 서구청 모두 이번 4주기 추모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구청에 최소한 4주기 추모식 일정과 의전, 정치인 참석 여부만이라도 사전에 협의하자고 요청했지만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며 "결국 1인 시위와 현수막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전체가 이런 참사에 무뎌졌다"며 "정치인과 공무원이 무던해지니 기업들도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까지 다시 발생한 것은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안일함이 반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같은 도시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측은 추모식이 사고 현장에서 열리지 못할 경우 현장 인근 도로에서라도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안 대표는 "길바닥에서라도 추모식을 할 생각"이라며 "유가족 대표로서 이런 상황이 부끄럽고, 괜히 용서했던 것이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간 가장 달라지지 않은 것은 진정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희생자를 기릴 공간"이라며 "이제는 추모공간을 조성해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유가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고 3주기까지는 현장 추모식 장소 등을 지원했다"며 "4주기부터는 공사가 본격화돼 현장 행사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 유가족 측과도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추모식 주최·주관은 유가족이며 회사가 이를 막거나 추모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현재 추모공간 조성이나 기념사업 형태를 놓고 유가족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회사의 경영상·현장 여건상 예년과 같은 지원이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는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등 6명이 숨진 대형 산업재해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