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유럽공장 부지 확정…함평공장 신축 영향은

두 공장 짓는 데 1조5천억…막대한 금융부담 예고
'최대 시장' 유럽 투자에…국내공장 투자 위축 우려 제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023.9.27/뉴스1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금호타이어가 폴란드 남부 오폴레 지역에 3년 전부터 추진해 온 유럽공장을 짓는다.

전기차 성장 등에 따라 고성능 타이어 수요가 확산하고 있는 유럽 내에 생산 기반을 마련,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수익성 향상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공사가 시작된 전남 함평공장 건립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호타이어와 산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첫 번째 유럽공장 부지로 폴란드 남부 오폴레 지역을 확정했다. 공장 건설에는 총 5억 8700만 달러(약 8606억 원)를 투자한다.

오폴레 공장은 투자 승인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8년 8월 가동에 들어간다. 1단계 타이어 생산 규모는 연간 600만 본이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금호타이어 매출 4조 5321억 원 가운데 유럽과 북미 시장 판매액은 각각 1조 2000억, 1조 3000억에 달한다. 국내 판매액은 7000억 원에 불과하다. 매출 구조를 감안하면 유럽과 북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함평공장 신설을 비롯한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금호타이어 이사회는 지난 9월 23일 6609억 원 규모의 함평공장 신설안을 가결했다. 투자 기간은 1단계 공사가 끝나는 2028년 1월까지로 2년 4개월이다.

1단계 함평공장 생산 시설이 들어서면 연간 530만본 규모의 타이어를 생산하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부지가 최종 매각되면 현 광주 1공장을 함평 신공장으로 이전하고, 함평공장 2단계 생산 시설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유럽공장과 함평공장 공사가 비슷한 기간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넉넉지 못한 금호타이어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유럽공장과 함평공장 건설에는 1조 50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인데, 지난해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부채는 2조 4605억 원이다.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는 실정이라 신공장 건설에 막대한 금융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함평공장 건설 비용을 충당할 현 광주공장의 매각 작업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 국내공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평공장 건립 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