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낸 뒤 신고 안 하고 폐수만 '벌컥'…전 보건소장 2심도 금고형
뒤늦게 병원 이송된 피해자 숨져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는커녕 악취가 나는 하천물만 퍼마시며 이상행동을 보인 전직 지자체 보건소장이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일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전직 전남 화순군 보건소장 A 씨(64)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10시 2분쯤 화순읍 한 굴다리에서 B 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화순군 보건소장을 지내는 등 의료지식이 많았으나 피를 흘리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처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지점 인근에는 병원 응급실도 있었으나 A 씨는 피해자를 옮기기는커녕 119나 112에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A 씨는 사고 후 곧바로 인근 하천으로 내려가 31차례 하천물을 떠 마셨다. 이 물은 폐수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염된 것이어서 A 씨의 이상 행동은 음주 운전을 숨기려는 시도였다는 의심을 샀다.
B 씨는 A 씨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온 A 씨 가족의 신고로 사고 발생 약 22분 만에 응급조치를 받았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B 씨는 사흘 뒤 숨졌다.
경찰은 A 씨에게 치사 혐의와 유기치사,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A 씨의 행동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사 혐의만 적용돼 불구속 기소 처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서행하지도 않아 과실이 크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마시기 적절하지 않은 하천물을 마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 후송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들을 충분히 참작해 형을 정했다. 피고인이 유족에게 2억 원을 형사공탁했지만, 유족은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형사공탁은 제한적으로만 양형에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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