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다 '쿵' 항해사·조타수 구속영장…13초 전 충돌 인지(종합)

'항로 이탈' 미인지 관제사·'협수로 미지휘' 선장 수사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가 난 배 선두의 모습 2025.11.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목포=뉴스1) 이승현 기자 =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와 충돌해 좌초한 사건을 수사 중인 해경이 일등항해사와 조타수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항로 이탈을 알지 못했던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사가 당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A 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 씨(4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인근 해상에서 운항 중 딴짓을 해 좌초 사고를 낸 혐의(중과실치상)를 받는다.

당시 조타실을 책임진 A 씨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등 딴짓을 하다 충돌 13초 전에서야 충돌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A 씨가 그제야 B 씨에게 조타기를 돌리라고 지시한 항해 데이터 기록장치(VDR) 음성도 확보했다.

다만 B 씨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A 씨의 업무"라며 "지시를 받았을 때는 이미 눈앞에 섬이 있었다"며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한 사고 직전 "조타실에서 전자나침반을 보고 있었다"며 본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선원 7명에 대해서도 당직 근무 수칙을 어긴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목포 VTS가 사고 직전까지 여객선의 항로 이탈을 파악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관제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9/뉴스1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느라 여객선이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16번 등표를 지나쳐 사고를 냈다.

B 씨는 자동항법시스템을 수동으로 바꾸지 않았다.

해경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고 당시 어떤 것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해경은 조타실에서 자리를 비운 60대 선장 C 씨도 선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C 씨는 여객선 항로 이탈 당시 선장실에 머물렀고 사고가 나자 조타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항구를 출·입항할 때는 물론 좁은 수로를 지날 때도 조타실에서 선박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

퀸제누비아2호의 운항관리규정도 '선장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구간'으로 좁은 수로(목포구·율포 부근·장죽수도 등)를 명시하고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7분쯤 장산면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에 충돌해 좌초했다.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은 3시간 10분 만에 모두 구조됐다. 사고 후 승객 30여 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