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투표용지 훼손 60대의 황당한 요구
재판부, 정상 참작 '벌금 250만원' 최저형 즉일선고
"항소하면 더 깎을 수 있나"…재판장 "국회 가서 따지라"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벌금 좀 파격적으로 깎아주세요."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를 찢어 재판에 넘겨진 A 씨(63)가 재판부에 황당한 요구를 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2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63)에 대한 첫 재판을 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첫 심리 때 검사 구형과 함께 판사가 곧바로 양형을 선고하는 즉일선고로 진행됐다.
A 씨에게 내려진 벌금은 250만 원. 공직선거법 하한형인 500만 원보다 낮은 벌금이다.
A 씨는 지난 5월 29일 전남 영광군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자신의 투표용지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기표가 잘못됐다. 무효표가 될 것 같다"며 투표 사무원에 용지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용지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자, 이를 찢어 버리고 투표소를 나갔다.
선관위는 A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변호인 조력 없이 홀로 재판을 받았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A 씨는 돌연 재판부에 "벌금을 깎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검찰은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 훼손은 징역형은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 벌금형은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에 해당한다. 양형기준상 정상 참작이 될 경우엔 최소 벌금 250만 원이 선고될 수 있다.
A 씨는 재판부가 '검찰이 구형한 500만 원은 피고인의 상황을 모두 참작한 최하한의 형량'이라고 설명했음에도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지 몰라도 저한테는 500만 원이 큰돈이다.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장은 "그러면 (범행을) 하지 말았어야지 왜 했냐"고 질타했다.
재판장은 "화가 났어도 투표용지는 찢으면 안 된다. 법을 몰랐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단순히 법의 무지일 뿐 범죄 성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모든 정상 참작을 고려해도 최소형은 벌금 25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A 씨는 "투표지를 훼손하기 위해 아침 일찍 투표소에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러니까 특별히 조금만 더 깎아달라"고 했다.
재판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피고인이 깎아달라고 해서 깎아주면 법률 위반으로 판사들이 죄인이 된다"며 "법은 국회의원이 정하는 것이다. 최소 벌금형이 높다고 생각하면 국회의원에게 가서 따지라"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질타와 별개로 A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등을 감경 정상 참작하고, 경제적 상황 등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해 최저형인 벌금 250만 원으로 선처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선고가 끝나고도 재판장에게 "만약 항소하면 벌금형이 더 낮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재판장은 "다시 말하지만 최하한의 형이다. (항소 여부는) 자체적으로 판단하라"고 안내했다.
A 씨는 아내로부터 "잘 됐다"는 말을 들으며 법원을 떠났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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