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기와도 갈았는데…기술 단절될까 우려"
이근복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총연합회 이사장
"명인·명장 엑스포 통해 전통기술 보유자 인식 개선되길"
- 서충섭 기자
(담양=뉴스1) 서충섭 기자
"내가 직접 기와를 올렸던 숭례문이 속절없이 타들어 가는 걸 봐야 했고 화재 이후 복원 과정에서 다시 올렸습니다. 족히 1000채는 될 문화유산 기와를 올렸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이 전수자 육성이죠."
이근복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총연합회 이사장은 2008년 지정된 국내 유일 국가무형유산 번와장 보유자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전승교육사가 배출되기 전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전국의 수많은 문화유산의 기와를 갈지도 못했다.
'번와'(翻瓦)는 전통 기와를 잇는 기술을 뜻한다.
이 이사장은 무형유산으로 인정받기 이전부터 50년간 지붕에 올라 기와를 얹고 잇는 일을 해 왔다. 숭례문, 경복궁, 경회루 등 5대 궁궐부터 전남의 진남관 등 전국의 문화유산 건물 1000채의 기와를 갈아왔다.
자신이 보수했던 국보 1호 숭례문이 2008년 불타는 것도 속절없이 봐야만 했다. 불탄 숭례문에 다시 기와를 얹고 복원한 것도 이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19일 전남 담양군과 뉴스1광주전남취재본부가 주최한 'K-마스터 콘퍼런스'에 참석해 "명인·명장 예우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전각 지붕에 올라 기와를 얹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전수자 육성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장인 예우는 아직 부족합니다. 일본은 한 비행기에 인간국보(무형유산의 일본식 호칭) 두 명을 한꺼번에 태우지 않는답니다. 사고가 나서 인간국보를 한꺼번에 잃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국가유산 전승과 보호를 위해 전수자를 육성하는 데도 정부 지원은 소액에 그치면서 결국 장인 개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활동 장려금이 나오는데 제자들과 전국 현장을 돌아다니는 경비로 쓰고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부담하기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국가유산청에서는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는지 감사를 나온다. 요즘 공사장 인부도 하루에 15만 원씩 받는 세상인데 가정도 있는 제자들에게 하루 10만 원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장성한 교육생들에게 연간 520시간을 일하게 하고 연간 300만 원밖에 주지 않는다면 누가 기술을 배우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번와는 높은 지붕에 올라가 작업하는 위험한 일이라 심약한 사람들은 잘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학계 연구자와 망치질 하는 기술자는 하는 일이 다르다. 국가유산청장과 대통령이 현장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답답한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일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장·명인 엑스포가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돼 전통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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