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여수·광양 지방소득세 ‘반토막’…순천은 ‘20만원 재난지원금’

여수·광양, 주력산업 침체에 극심한 재정난
순천, 세외수입 늘고 세출 구조조정 성과

여수국가산단./뉴스1

(순천=뉴스1) 김성준 기자 = 전남 동부권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여수시와 광양시가 고심에 빠졌다. 지방소득세가 큰 폭으로 줄면서 당장 시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면 순천시는 시민 1인당 2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상반된 재정 상황을 보이고 있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화학업을 중심으로 하는 여수시의 지방소득세는 지난 2022년 2060억 원에서 2025년 1093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철강업을 주 산업으로 하는 광양시는 2022년 1430억에 달했으나 2025년 703억으로 감소했다.

석유화학, 철강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2026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수시가 제출한 2026년 본예산은 1조 4824억 원 규모로 지난해 본 예산 대비 단 1억 원만 증가했다. 광양시도 1조 1494억 원을 제출, 지난해 대비 91억 원이 늘었을 뿐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중국의 저가 공세에 글로벌 수요가 감소한 탓에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중국 기업의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국내 제품의 선호도가 더욱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고급화·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벗어나긴 쉽지 않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광양제철 제공)2025.2.3/뉴스1

철강업계도 비슷한 처지다. 중국과 가격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에 미국이 철강 관세 50%를 부과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도한 이차전지 사업은 최근 전기차 '캐즘' 현상에 갇혀 당장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주력산업의 불황에 여수시와 광양시가 재정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상반되게 순천시에는 '재정 청신호'가 켜졌다.

순천시는 2026년도 본 예산이 1조 5669억 원으로 전년 본 예산 대비 900억 원(6.1%) 늘었고, 예비비도 240억 원 이상 확보했다. 올해 12월 중에는 전액 시비 580억 원을 들여 시민 1인당 20만원을 지급할 계획까지 세웠다.

순천만국가정원.(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순천시는 관광도시 이미지가 커지면서 세외수입이 늘고, 3년 동안 추진해 온 세출 구조조정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순천시 지방소득세는 2022년 529억 원에서 2025년 493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세외 수입이 증가했다. 본 예산 기준 2022년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 입장료는 50억 원에서 2025년 95억 원으로 두배나 뛰면서 가용가능한 재원이 늘었다.

순천시 관계자는 "정원박람회 흥행과 맞물려 입장권 수입이 늘어난 데다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온 세출 구조조정이 이제 성과로 나타났다"며 "세입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새는 돈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비 매칭비율이 높은 공모사업은 과감하게 중단하고 시의 방향성과 부합하는 공모만 추진하는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대한 줄였다"며 "한 해에 대략 500억 원을 아껴 재정이 건강해지면서 어려운 시기 시민 여러분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wh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