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옛 적십자병원에 AR·VR 체험관?…"식상하고 진부"

5·18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 활용' 공청회서 쓴소리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이 19일 광주 서구 5·18민주화운동교육관에서 열린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 활용 계획이 식상하고 진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광주시 민주보훈과는 19일 광주 서구 5·18민주화운동교육관에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는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한 뒤 그동안의 계약 추진사항과 활용 기본방향, 사업개요를 발표했다.

5·18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 치료와 자발적 헌혈이 이뤄진 곳이다.

광주시는 2020년 7월 사적지 보존을 위해 옛 서남대학교로부터 병원을 매입했다. 이후 역사적 공간을 보존하되 △AR·VR 기술 기반 5·18 역사 체험관 △트라우마 실증 치유센터 △의료·헬스케어 창업 지원실 △헌혈관 등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청회 참가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오찬교 사단법인 5·18민족통일학교 이사는 "대원칙은 원형 보존"이라며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다소 일부 구간만 원형 보존할 뿐 그 외 공간에 관련성도 없는 활용책을 제안해 원형 보존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광주전남혈액원의 한 관계자는 "헌혈센터가 설치되면 운영 주체는 누구고 실제 헌혈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어떻게 관리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연구원 김동준 박사는 "AR·VR 기술이라면 어두운 곳에서 안경을 쓰고 체험하는 기능이 들어갈 텐데 과연 옛 적십자병원에 적절한가 싶다"며 콘텐츠 구상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의 한 관계자 역시도 "이미 국가 트라우마 센터가 있다. 한 곳에 집중하면 되는데 왜 이곳에 트라우마 관련 공간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창업공간 역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 적십자병원의 역사성과 헬스케어 창업실이 연관성도 없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추후 트라우마센터와 혈액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간 구성 계획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양한 의견에 대해 반영할 수 있는 것은 검토해서 변경해 나가겠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