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무죄→유죄→유죄→무죄→무죄…농협 내부고발자 '9년 재판' 끝 무죄
증거자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대법원만 2차례
법원 "범죄 고발 입증 위한 개인정보 누설, 정당행위"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유죄→무죄→유죄 취지 파기환송→유죄→무죄 취지 파기재환송→무죄.'
지역 농협조합 비리를 경찰에 고발했다가 검찰의 거듭된 항고와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내부고발자가 원심 파기 재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내부고발자는 재판 9년 동안 '개인정보보호법'을 다루는 1개 사건에 재판만 6번(무죄 3번·유죄 3번)을 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석)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A 씨에 대한 파기 재환송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14년 8월 나주경찰서에 자신이 근무했던 한 지역농협조합장에 대한 비리를 고발했다. 조합장 B 씨가 조합원들에게 수박 등을 주며 기부행위를 하고 조합 명의로 제공해야 할 축의·부의금품을 조합장 명의로 했다는 신고였다.
B 씨는 농업협동조합법위반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 받았다.
A 씨는 고발장과 함께 B 씨가 과일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자료, 꽃배달 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전표 등 자료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경찰에 증거자료로 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적용받게 됐다.
A 씨는 검찰로부터 유죄 취지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불복, 2017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은 A 씨의 행위가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하며,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광주법원)는 A 씨의 행위는 누설에 해당하지 않고,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증거를 제출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고발도 누설 개념에 포함된다며 무죄 판결을 깨고 다시 광주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다시 재판을 하게 된 파기환송심 법원은 A 씨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불인정된다며 '유죄'를 유지했다.
A 씨는 다시 한번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피고인이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고발 범죄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료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해당 자료는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은 조합장 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조합원을 포함한 다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사유만으로 증거자료가 활용되지 못한다면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 광주지법에 재환송했다.
재환송심 재판부는 앞선 각 법원와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 등을 모두 종합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입증 목적의 개인정보 제출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정당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A 씨의 사건은 '고발 과정의 개인정보 제출은 원칙적으로 누설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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