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감 얼어 못 팔겄네"…'패딩 중무장' 시장 상인들 '모닥불'

영하권 추위에 장작 덧넣고 고구마 굽는 상인들
성삼재 -4.6도…광주·전남 대부분 지역 올가을 최저 기온 기록

광주 무등산 아침최저기온이 -3.3도를 기록한 18일 오전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상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쬐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불 좀 더 지펴야겠네. 감도 언 채로는 못 팔아."

18일 오전 7시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찬 바람을 뚫고 하루를 시작하는 상인들과 시민들로 분주했다.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졌지만 장바구니와 수레를 끌며 장을 보는 손님들과 좌판 앞을 지키는 상인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시장 한편에 대봉감을 곱게 진열해놓은 이영숙 씨(66·여)는 두꺼운 패딩 점퍼 안에 내복과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있었다.

이 씨는 "하루에 만 원도 못 팔고 들어갈 때도 있다. 그래도 새벽 장사는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손등은 트고 갈라져 있었고, 마스크 너머로는 김 서린 숨결이 이어졌다.

시장 곳곳에는 드럼통 난로나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불이 꺼질세라 나무 장작을 덧넣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난로 위에 고구마를 얹어 굽기도 했다. 한 상인은 장터를 지나는 손님에게 웃으며 고구마를 건넸다. 손님은 장갑을 벗고 두 손으로 따뜻한 고구마를 감싸 쥐었다.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도 패딩 점퍼에 목도리, 귀마개까지 동원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광주 무등산 아침최저기온이 -3.3도를 기록한 18일 오전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상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쬐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장갑 낀 손으로 수레카트를 끌며 "대파 좀 더 주쇼"라고 흥정하거나 미나리와 당근을 3만 원어치씩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조심스레 말한 한 김 모 씨(70·여)는 "감기 기운이 있어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춥지만 필요한 게 있어 나왔다"고 말했다.

1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장덕례 씨(75·여)는 "직접 시골에서 키우거나 가져온 것들이다. 추워도 이게 내 일이다"고 했다.

그의 좌판에는 들깨, 찹쌀, 콩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가격을 묻는 손님에게는 "이건 1만 2000원인데 1만 원에 가져가쇼"라며 덤을 얹어주는 인심도 보였다.

한편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은 아침기온이 전날보다 5~10도가량 큰 폭으로 떨어져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주요 지점의 오전 6시 기준 최저기온은 성삼재(구례) -4.6도, 무등산(광주) -3.2도, 순천 2.7도, 조선대(광주) 3.0도, 곡성 3.1도, 여수공항 3.4도, 목포 7.2도 등을 기록했다.

광주 무등산 아침최저기온이 -3.3도를 기록한 18일 오전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상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쬐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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