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⑯]…가사도(加沙島)

'금을 깔고 앉아 있는 섬'…조도와 '몸 따로, 발 따로'
스님의 가사(袈裟)는 '가사도', 불심(佛心)은 '불도'가 된 섬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가사도등대' 가는 길에 세워진 ‘가사도’ 조형물. 조형물 아래에 일제의 광물 수탈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가사군도는 가사도, 주지도(손가락섬. 상투섬), 양덕도(발가락섬), 혈도(공도), 송도(솔섬), 광대도(사자섬), 불도, 마도, 대소동도, 소소동도, 방구도 등 20여 개 남짓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섬마다 불교와 관련된 설화가 조각난 채로 얹히고, 조각의 퍼즐을 맞추면 개별로 흐르던 설화는 하나의 사연으로 이어진다.

진도군 조도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가사도가 중심 섬이다. 부속섬으로 섬의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가 손가락 형상을 하고 있다는 손가락섬과, 마찬가지로 섬의 꼭대기 바위가 발가락을 닮았다는 발가락섬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가사도의 명성을 더한다.

가사도 가는 길에 만나는 손가락섬과 발가락섬(오른쪽). 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또 '독거혈도'와 비교되며 섬의 중앙 동서로 수평의 구멍이 나 있는 혈도와 섬 전체에 소나무만 자생한다는 송도, 섬 모양이 사자 형상을 하고 있다는 사자섬도 그 독특한 형상으로 가사도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조도면에 속하지만 진도군 지산면과 인접하고, 건너편 서북쪽에 신안군 하의도와 우이도, 신의도 등이 손에 잡힐 듯 떠 있다. 진도군의 부속 도서에서, 1889년 조도면과 함께 가사면으로 승격했으나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조도면에 편입됐다.

섬의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가 손가락 형상을 하고 있다는 손가락섬과, 마찬가지로 섬의 꼭대기 바위가 발가락을 닮았다는 발가락섬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가사도의 명성을 더한다.

진도 체도 가학리까지는 6㎞, 조도면사무소가 있는 하조도와는 20㎞가량 떨어져 있다. 조도보다는 목포나 진도가 주 생활권이다.

'조도면사무소 가사출장소'가 있는 조도면 소속이지만 파출소는 '지산파출소 가사치안센터'이고, 학교도 '진도서초등학교 가사도분교'이다. '조도'와는 몸 따로 발 따로이다. 2000년 초 진도군 지산면과 병합논의가 있었으나 조도면민들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이를 두고 가사도 주민 박남식 씨(76)는 "낙지가 대가리만 있고, 발이 없는 꼴이 되기 때문에 조도에서 가사도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진도서초등학교 가사도분교. 유치원 포함 학생 7명에 선생님 7명으로 학생들과 선생님의 수가 같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가사도분교는 초등생 5명과 유치원생 2명이 전교생이다. 선생님들도 초등 5명, 유치원 2명으로 학생과 교사가 1대 1이다.

1973년 234가구 1280명의 생활 터전이었으나 2025년 10월 1일 현재 105세대 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당시에는 분교가 아닌 어엿한 국민학교(초등학교)였고, 학생들도 307명에 달했다.

가사도는 조도군도 가운데 하조도와 상조도 다음의 큰 섬이다. 5.8㎢의 면적이지만 해안선의 길이가 28㎞에 달할 만큼 들고 남이 심하다.

제일 큰 마을인 가사리와 건너편의 궁항(활목)리, 산 너머 한옥마을인 돌목리 등 3개 마을로 이뤄졌다. 행정상 명칭은 가사 1구(가사리), 2구(궁항), 3구(돌목)이다.

가사도에서 제일 큰 마을인 가사리 풍경.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궁항마을은 예전에 '백두산 정맥이 끝나는 곳'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주민들은 백두정맥이 끝나는 궁항리에서 제주도 한라산이 새롭게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돌목 마을 앞에 아담한 독목해욕장이 있다. 백사장의 길이가 400m가량인 돌목해수욕장은 '큰 모래땅'이라고도 불린다.

진도군 노인복지관 관계자들이 가사도를 찾아 자장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가사도 인근의 주지도와 양덕도, 혈도, 송도, 광대도는 유인도와 무인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세 가구의 주민들이 톳 등 바다 농사에 의존해 살고 있다.

가사도는 조도면 해역 중 유일하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구에서 제외된 섬으로, 조도의 여느 섬과 달리 금과 규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2015년부터 금을 캐는 광산이 들어서 채굴 중이다. 생산량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나 주민들은 "가사도는 금을 깔고 앉아 있다"라는 지질학자들의 말을 빌려 '상당한 양'을 짐작할 뿐이다.

가사도 염전. 가사리와 궁항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만들었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궁항리 이장이자 노인회장을 겸하고 있는 조상일 씨(81)는 "어릴 적 바닷가에 나가면 햇볕에 반짝이는 돌들이 무수히 많았다"는 말로 지질학자들의 전언을 뒷받침했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금싸라기' 반짝이는 돌멩이 하나쯤은 기념으로 갖고 있다.

가사도는 금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절 고령토, 명반석, 규석, 납석, 옥 등 여러 종류의 광물을 캐던 흔적이 폐광 등과 함께 곳곳에 널려 있다.

일제가 규석을 채굴하던 십자동굴.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가사도 등대로 가는 길목에 일제의 가사도 광물 수탈의 역사가 입간판에 새겨져 기억되고, 등대를 지나 곧바로 오른쪽으로 휘어 오르는 길에 일제가 납석을 캐던 십자동굴이 까만 입을 벌리고 있다.

조도면 해역 중 유일하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구에서 제외된 곳으로, 조도의 여느 섬과 달리 금과 규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풍부한 섬이다. 주민들은 "가사도는 금을 깔고 앉아 있다"라는 지질학자들의 말을 빌려 '상당한 양'을 짐작할 뿐이다.

성인 3~4명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규모의 십자동굴은 170m쯤 들어가다 막히고, 십자(十字)로 뚫린 폐광의 컴컴한 내부 암벽에는 박쥐 떼가 주렁주렁 거꾸로 매달려 낮잠을 자고 있다.

가사마을과 궁항마을 사이, 바다를 막아 조성한 염전에서 광물로 분류되는 천일염도 생산되는 등 가사도는 그야말로 '금은보화가 지천으로 널린 섬'이다.

가사도 최고의 명소 '가사도등대'. 1915년 일제에 의해 무인등대로 세워져 처음 불을 밝혔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가사도 등대는 일출과 일몰을 한 군데서 볼 수 있는 섬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등대 앞 10여m 바다 건너편에 대소동도가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삼각형 여로 솟고, 소소동도와 마도, 불도 등의 무인도가 점·점·점 아스라이 펼쳐진다.

등대는 1915년 일제에 의해 무인등대로 세워진 뒤 1984년 광력 증강과 더불어 유인화됐다. 제주, 부산에서 목포, 인천 방향으로 오가는 서남해역 수로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말에는 다시 무인등대로 바뀔 예정이다.

가사도등대에서 본 일몰. 스님도 반한 풍경이다.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 가사도 지명 설화

'진도군 지산면 지력산 남쪽 산자락 동백사에서 수도하던 노스님이 계셨다. 하루는 스님이 금빛 노을의 다도해 풍경에 빠져 법의를 입은 채 새 떼를 쫓아 헤엄쳐 가던 중 벼락을 맞아 죽었다. 스님이 입고 있던 가사(袈裟)는 가사도가 되고, 장삼은 장산도로, 하의는 하의도, 상의는 상태도, 손가락은 주지도, 발가락은 양덕도, 스님의 불심은 불도의 불탑바위로, 자비스러운 마음은 보리섬(교맥도)으로 변했다. 또 스님은 따르던 동자승은 소동도(小童島)가 됐다.' 여러 형태로 전해오는 지명과 관련된 설화 가운데 하나이다.

☞가는 길

가사도 어류포 선착장 앞 ‘가사도 관광안내소’.2025.11.14/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가사도는 목포연안여객터미널과 진도 쉬미항에서 갈 수 있다. 목포에서는 하루 한 차례 신해6호가 오전 8시30분 출항한다. 가사도 어류포항까지는 4시간쯤 걸린다. '어류포항'은 하조도의 선착장 이름과 같다.

진도 쉬미항에서는 하루 3차례 가사페리호가 운항한다. 가사도까지는 1시간쯤 소요된다. 가는 길에 주지도, 양덕도, 혈도, 송도, 광도 등을 경유하지만 이용객이 없으면 가사도까지 바로 간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가는 길에 만나는 다도해의 풍광과 손가락섬·발가락섬·사자섬 등등의 기묘한 형상은 '누군가와 함께 보고픈' 경이로움이 된다.

편의시설로 가사도 어류포 선착장 바로 위에 식당을 겸한 '가사도 펜션'이 있고, 고개 넘어 가사리 마을회관 옆에 '미금상회' 간판의 상점이 하나 있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