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사기 피해' 전직 경찰…12억 승소 판결 받았지만

불치병 호소하며 투자 사기…"실질적 피해 회복 요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 News1

(광주·순천=뉴스1) 최성국 김성준 기자 = '시한부 로맨스 사기'로 전 재산을 잃은 전직 경찰관이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공범정범 부분을 인정받지 못해 피해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 놓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태우)는 A 씨가 B 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전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 씨는 12억 6671만 원을, C 씨(B 씨의 남편)는 73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전남지역 경찰공무원이었던 A 씨는 지난 2021년 부동산 투자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B 씨를 알게 됐다.

B 씨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A 씨에게 접근, 친분을 쌓았다. 이후 B 씨는 "지금의 남편과 이혼할 것이다",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죽기 전에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매입, 법인을 양도하겠다"며 환심을 샀다.

A 씨는 "죽는 날까지 일이라도 하다 죽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B 씨의 말을 믿었다.

이후 B 씨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법인 인수를 위한 입출내역 명목, 이혼 시 재산 분할 명목, 펜션 사업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A 씨는 B 씨에게 약 12억 원을 건넸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사업자 명의 등록이 필요하다는 B 씨 말에 속아 경찰직도 그만두는 등 사실상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B 씨는 시한부도 아니었고, 이혼할 마음도 없었다.

지난 9월 특가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B 씨는 부산고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B 씨는 해당 사건 외에도 사기 사건으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재판에 넘겨지자 C 씨는 합의 목적으로 A 씨에게 8억 원을 갚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증이 실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C 씨가 B 씨로부터 건네받아 사용한 A 씨의 신용카드 이용대금 730만 원만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간 합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8억 원 지급 이야기가 오간 것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지급 약정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피고들의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판결에 불복, 광주고법에 민사소송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다.

A 씨는 "오랜 기간 경찰관으로 근무했고, 의심도 많이 했지만 가상 인물들까지 동원한 사기 행각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C 씨는 부산 등지에서 실제 사업을 하고 있고, 계속되는 거짓말에 B 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C 씨는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B 씨 소유 재산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승소했어도 현시점에서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민법상 가사채무에 대한 책임은 부부간 연대책임이 성립하나 공동 생활과 무관한 개인적인 사유에 해당하면 배우자에겐 직접적인 변제 의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A 씨는 "해당 사건으로 돈과 직장, 가족을 모두 잃어버렸다. 비슷한 사기 행위로 타지역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들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