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유족 "반란이냐 항쟁이냐 두고 정치권 아전인수 멈춰야"

"진상조사 미비한 상황서 성급한 정치 해석은 왜곡 초래"
"군·경 자료 확보·공청회 열어 사실관계부터 밝혀야"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월 19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역사문화관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7주기 합동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국무총리비서실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2025.11.5/뉴스1

(여수=뉴스1) 서충섭 기자 = 여순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을 두고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유족 측이 "정치권이 사건의 역사적 성격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며 진상조사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여순사건 77주기를 맞아 "부당한 명령에 맞선 군인의 참혹한 결과"라고 언급한 데 대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남로당 계열의 무장 반란"이라고 반박하면서 여야 간 공방이 확산했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 역시 "좌익 반란을 항명으로 미화했다"며 비판했고, 반대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그렇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받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여순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유족들은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순 10·19 위원회 진상보고서 작성기획단 1기 유족 대표 단원으로 참여한 이형용 지리산권역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정치권은 여순사건 진상조사를 충실히 진행한 뒤 논하라"고 일침을 놨다.

이형용 여순10·19위원회 진상보고서작성기획단 1기 유족 대표 단원.(본인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이 소장은 "여순사건은 아직도 진상조사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구성된 제1기 여순 10·19 위원회 기획단은 기존 자료를 취합하는 데 그쳐, 실질적인 현장조사나 생존자 면담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랜 세월 가해자 입장에서 작성된 자료에 대한 사실 여부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순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여순 위원회 권한을 활용해 국방부와 행정안전부의 군·경 자료를 전면 확인해야 한다"며 "당시 진압군의 작전일지, 내부 보고서 등 1차 사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4연대의 행위를 반란으로 볼 것인지, 부당한 명령 거부로 볼 것인지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실관계 검증 없이 정치권이 단정적으로 발언하는 건 유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여순 위원회는 정치적 공방이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반란' 논쟁보다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명예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해당 사건을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일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으로, 진압 과정에서 전남·전북·경남 지역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