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오다 교통사고로 경찰차 탄 엄마…차량 경적으로 '응원'도(종합)
전국 1310개 시험장서 일제히 수능 시작
교문 앞 '큰절' 퍼포먼스
- 이수민 기자, 양희문 기자, 이시명 기자, 한귀섭 기자, 장동열 기자, 김종서 기자, 남승렬 기자, 김세은 기자, 강미영 기자, 장수인 기자, 강승남 기자
(전국=뉴스1) 이수민 양희문 이시명 한귀섭 장동열 김종서 남승렬 김세은 강미영 장수인 강승남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3일 전국 곳곳 시험장에서는 소소한 해프닝과 다채로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39시험장 상일여고에는 오전 8시4분쯤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 차에서 내린 학부모 정은주 씨(58·여)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교문 앞에서 딸에게 다급히 도시락을 전달했다.
딸이 시험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눈물을 글썽이던 정 씨는 "대구에서 딸 수능 때문에 응원하려고 오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긴장이 돼서 아픈지도 모르겠다"며 "딸이 광주체고에서 수영을 한다. 운동한다고 공부한다고 고생 많았을 딸이 오늘 최고로 잘 해내길 바란다"고 김현나 양(18)에게 응원을 보냈다.
경남교육청 90지구 제6시험장인 거제상문고 앞에도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환자용 들것에 누운 채 시험장으로 들어간 이는 이날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A 군.
A 군은 전날 밤 귀가 중 차량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수능 응시를 위해 긴급 이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은 촉박한 시간 탓에 병원 내 별도 시험장을 꾸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배정된 상문고의 보건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제주서도 긴장감에 중요한 걸 놓친 수험생들이 있었다.
여학생들의 수험장에 학교를 착각한 남학생 2명이 잘못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신분증을 깜빡해 뒤늦게 교문 앞에서 전달받는 학생도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제27지구 제15시험장인 남양주시 호평고등학교에는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겪었던 재수생들의 남다른 각오가 눈에 띄었다.
재수학원 버스에서 줄지어 내린 재수생들은 "실력대로만 하자"고 되뇌며 결연한 표정으로 입실했다.
일부 재수생은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학교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긴장감을 달랬다.
재수생 B 씨는 "작년에 실패했을 때 심적으로 힘들었다. 1년을 더 준비한 만큼 실력대로만 성적이 나왔으면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전북 전주지구 제18시험장인 전주대 사대부고 앞은 전국 어느 곳보다 교문 앞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한 수험생의 가족은 새벽부터 깜짝 응원을 위해 대기했고, 인근의 한 대안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음악 '질풍 가도'를 틀고 율동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로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도로를 달리던 차들은 경적으로 응원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한 교회에서는 청소년부 교사들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인천시 25지구 53시험장 인화여고 앞에서 만난 박소영 양(19)의 어머니는 수능날 생일을 맞이한 딸에게 저녁 '미역국'을 약속했다.
그는 "오늘 딸 생일이라 평소 같으면 미역국을 끓여줬을 텐데, 수능 날이라 참았다. 괜한 미신이지만 딸도 시험 끝나고 저녁에 먹겠다고 해서, 오늘 저녁엔 진수성찬 차릴 생각이다"고 전했다.
강원 춘천고등학교 앞에선 선배 수험생들을 위한 후배들의 '큰절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후배들은 시험장의 문이 닫힌 곳을 향해 절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춘천고를 찾아 선배들을 응원한 민준기(강원고·2학년) 군은 "오늘 선배님들이 수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수능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 할 수 있다"며 "절대 재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3시험장인 경북여고 앞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시지고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C 씨는 "아이가 이정효 광주FC 감독을 좋아한다"며 "평소 이 감독의 영상을 못보게 했지만, 수능을 앞두고 크게 긴장하는 것 같아 감독 영상을 보게 했고 시험장에도 이 감독의 축구 카드를 들고 들어갔다. 기분 좋게 시험장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청소년 성장 영양제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 영양제 1통도 가방에 넣어줬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D 씨는 "수능 때 필요하면 먹으라고 청심환을 챙겨줬다"며 "수능을 1주일 앞두고 1시간 일찍 자게 했고,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여 소화장애 등을 겪을까 봐 낯선 음식은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차렸다. 도시락으로 계란볶음밥을 싸줬다"고 말했다.
한편 2026학년도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수능 응시생은 55만4174명으로 전년도(52만2679명)보다 3만1504명(6.0%) 늘었다. '황금돼지띠'(2007년생) 현 고3이 대거 응시한 덕분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2019학년도(59만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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